경제



[흔들리는 환율]"가격경쟁 시대 지났다… 엔低 고부가가치·모듈화로 극복해야"

정혁 KOTRA 일본본부장 "향후 1년은 엔저 영향권"

"가격에 의존해서 국외 시장에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부가가치를 수출해야죠. 정부나 우리 같은 기관에서도 기업의 엔저 극복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혁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은 지난 7일 코트라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를 마치고 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모듈 부품 수출, 고부가가치 제품 등으로 엔저를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원고와 엔저 때마다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는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2년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의 금융완화 및 재정투입 확대 정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일본은 큰 성과를 거뒀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에는 기업 경영 불안정과 수출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

엔저는 더 이상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1년은 엔저 영향권에 놓일 것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도 달러당 100~120엔 정도까지 엔화 환율이 급락할 것으로 봤다.

"기본적으로 올해는 엔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주요 IB들의 엔화환율 전망을 보면 달러당 최저 100엔에서 최고 120엔까지 보는 곳도 있어요. 엔화 약세 기조가 앞으로 좀 더 진행된다는 것이 전반인 평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자율이나 수급 영향을 크게 받아서 엔화 약세가 지속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단, 장기적으로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기업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보면 달러당 98엔 정도 수준이고 소비자 구매력평가 기준으로는 105엔 정도입니다."

특히 환율이 급격하게 요동칠 경우 기업들은 속수무책. 특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특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환율을 잡아줄 수도 없는 노릇. 결국은 기업이 앞서고 국가가 뒷받침하는 모양새로 수출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지금 같은 경우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모두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체력이 약하니 더 어렵죠. 특히 지난해 초처럼 단기간에 환율이 급변했을 때는 기업이 대응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야 기업이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대응할 시간이 없죠. 정부에서 환율을 잡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환시장 개입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같이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7% 되는 상황에서 환개입이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는 없으니까요.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할 수 있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코트라 물류 센터에 들어오게 해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게 한다든가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견·중소기업 등은 코트라와 협력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내고 있죠."

정 본부장이 엔저 상황에서 우리 수출기업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낼 것. 부품을 모듈화 할 것.

"일본 시장이든 어느 해외 시장을 가도 이제는 가격에 의존해서 수출할 때는 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부가가치를 수출해야죠. 현지 시장에 특화한 고부가가치 제품쪽으로 가야 합니다. 모듈 수출도 중요합니다. 단품 공급만으로는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자동차 부품을 묶어서 몇 개의 세트 부품으로 팔겠다고 했더니 혼다와 아마다, 구리모토 등에서 구입하겠다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모듈로 판매하면 여러 효과 있습니다. 모듈 세트 부품이 주변 부품과 연관이 돼야 하기 때문에 수출 업체와 공동 설계 작업도 가능하게 돼요. 신차 개발 과정에 공동 참여한달지 완전한 파트너로 격상되는 것입니다. 물론 세트로 팔면 가격 절감도 가능하죠."

현지화도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엔저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일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제휴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금은 엔화 약세도 문제지만 원화 강세도 문제입니다. 더블 펀치는 좀 피할 수 있게 엔화 약세에 영향을 적게 받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해외 공장 수가 8000여개입니다. 일본이 엔고 시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죠. 물론 산업 공동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고부가가치는 국내에서 하고 안 되는 것은 해외 진출을 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전략적으로 엔저를 M&A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가능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죠. 돈만 있다고 사는 게 아니라 시장을 잘 알아야 하고 파트너십을 잘해야 하니까요. 일본 기업과 M&A나 제휴 등을 같이 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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