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배임, 횡령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석채(69) 전 KT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9일 사업추진 과정에서 손실을 끼치고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스마트몰 사업 등을 추진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배임액이 100억원대에 달하고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결론 냈다. 전체 범죄액수는 200억원 미만이다.
이 전 회장은 지하철 영상광고·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스마트몰 사업과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 측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를 KT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또 임직원에게 과다 지급한 상여금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사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재직 당시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며 사업을 만류했던 회사 실무자의 보고를 묵인하고 손실이 날 것을 알고도 스마트몰 사업을 지시해 회사에 손실을 끼쳐 배임 의도가 짙은 것으로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특정 펀드에 감정가의 75%만 받고 사옥을 매각하고 주변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로 5~15년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어 KT 측에 손실을 떠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8촌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OIC랭귀지비주얼과 사이버MBA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황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OIC랭귀지비주얼을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해 유 전 장관에게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안겨주고, 사이버MBA 주식을 액면가보다 9배 이상 비싸게 매입해 KT측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임원 25명에게 과다 지급한 상여금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관계 로비 의혹도 짙다.
검찰은 비자금 중 일부가 전직 차관급 인사인 H씨의 부부 해외여행 경비나 자녀 해외유학 경비 명목으로 각각 수만달러를 지급한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엠하우스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는 앱디스코에 거래 관계를 지속하며 20억원을 투자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야당 의원의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를 살펴봤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19~20일, 26~27일 네 차례 검찰조사에서 당시 경영상 판단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을 뿐 배임 의도는 없었으며,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보강 수사를 거쳐 이달 중순께 표현명 CEO 직무대행 등 전·현직 임원들과 함께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소환에 건강상 이유로 한 차례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한 바 있지만 영장실질심사는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2월과 10월 참여연대는 이 전 회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KT 본사 및 계열사, 거래업체, 이 전 회장의 자택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