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효성그룹 조석래(79)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재벌 총수가 기소된 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어 조 회장이 두 번째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10월11일 효성그룹을 압수수색한 지 90일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9일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6) ㈜효성 사장과 이상운(62) 부회장, 김모 전략본부 임원, 노모 지원본부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지난 10여년 간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하고 배당가능 이익이 없음에도 1270억원의 이익배당을 하는 수법으로 500억원의 배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내외에서 임직원이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수천억원대의 효성 및 화학섬유 제조업체인 카프로 주식을 사고팔아 1318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을 얻고, 소득세 268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사고 있다.
조 회장은 아울러 해외 법인 자금 690억원을 횡령해 개인 빚이나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 채무 변제 등에 쓰고, 자신이 관리하던 페이퍼컴퍼니가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갚아야 할 채무를 전액 면제토록 지시해 회사측에 233억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도 있다.
장남 조현준(46) 사장은 ㈜효성 법인자금 16억원을 횡령하고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70억원을 포탈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1년 해외 페이퍼컴퍼니 CTI 및 LF 명의로 보유하던 카프로 주식을 차명으로 사고 팔아 세금 110억원 상당을 탈루했으며, 같은해 또다른 해외 페이퍼컴퍼니 아시아마이너(Asia minor) 등을 이용해 ㈜효성 주식을 거래해 21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했다.
또 2004~2005년 3개 해외법인의 자금 6500만달러(약 69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PF 및 RI 명의 계좌로 빼돌린 뒤 개인채무 변제나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미국, 일본의 차명회사 채무를 변제하는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
조 사장은 아버지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미국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받아 미국의 고가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
조 회장 일가는 국내에서도 주식을 차명 거래하거나 법인 자금을 횡령하는 등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적발됐다.
또 조 회장은 국내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효성, 카프로 주식 등을 매매하면서 137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했고, 조 사장은 사적으로 쓴 신용카드대금 16억원을 법인자금으로 대신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수천억원대 회계분식을 통해 법인세 납부를 회피한 사실도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은 1998~2008년 총 8900억원 상당의 회계분식을 통해 2003년부터 5년간 1237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사실도 적발됐다. 다만 1999~2002년 회계분식 및 법인세 포탈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점을 고려해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조 회장은 IMF 직후 효성물산의 3000억원대 부실이 드러나자 파산을 막기 위해 재무상태가 우량한 효성티앤씨(동양나일론), 효성생활산업(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을 통합해 ㈜효성으로 합병했다.
이후 마치 부실채권을 변제받은 자금으로 고가의 기계장치를 구입해 공장에 설치한 것처럼 관련 장부를 조작, 매년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기계장치에 대해 감가상각을 하는 방법으로 회계분식을 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회계분식을 통해 ㈜효성은 재무제표상 가공이익을 만들어 낸 후 주주들에게 불법으로 1270억원의 이익을 배당했고, 조 회장 일가는 배당금 명목으로 500억원을 수령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은 수천억원을 분식회계한 허위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실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조 회장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조세피난처 등에 총 3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스위스와 홍콩, 일본 등에 소재한 외국계 금융기관에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효성그룹 계열사 및 카프로의 대주주임을 숨긴 채 마치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가장해 납세의무를 회피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자금 조성이 용이한 해외법인을 이용해 1억500만달러에 달하는 해외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채무 변제나 차명 보유한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유상증자 자금, 손실보전 등의 용도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검찰은 효성그룹 노모 지원본부장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압수수색 전 170여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거나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국세청에 조 회장 등 관련자들의 포탈세액을 추징토록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