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CC 춘추전국시대②]한국식 LCC의 진화…가격에 情을 더하다

맥도날드에 가서 스테이크가 없다고 화를 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악명 높은 저비용 항공사(LCC)인 스피릿항공의 최고경영자(CEO) 벤 발단자. 철저하게 가격으로 승부하는 저비용 항공사의 생존논리를 대변하고 있다.

국내 진출을 꾀하고 있는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도 국내 저비용항공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국내 항공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페르난데스 회장이 밝힌 한국시장 공략의 키워드도 역시 '저렴한 비용'이다.

짐 하나 싣는 것에서부터 기내식, 좌석 지정 등등. LCC에서는 하나하나가 모두 돈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고 그렇지 않다면 저렴한 가격에 만족해야 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은 하지만 사정이 다르다.

이미 국내 대형항공사의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 이런 기내 서비스를 경험한 국내 이용객들에게 가격만을 내세웠다간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국내 LCC들은 대형 항공사의 서비스와 해외 저비용 항공사의 가격 마케팅 모두를 상대하기 위해 묘안 짜냈다.

◇"한국 고객은 달라"... '인정+재미' 버무려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은 항공기의 운항 안정성과 고객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총 100억원대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국적 LCC 중에서는 처음으로 항공기상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운항 안전성을 강화했으며,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인터넷 예약속도를 향상시켜 예약을 위한 사이트 체류시간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 시스템 개선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부터 기내특화서비스 개발팀인 'JJ팀'을 꾸려왔다. 게임팀, 매직팀, 일러스트팀, 풍선팀 등으로 구성돼 기내 게임, 각종 이벤트 등을 담당한다.

진에어는 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출범 당시부터 독자적인 항공사 예약발권 시스템 JPSS(Jin Air Passenger Service System)를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외부로 나가는 예약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미 세계 LCC들이 따라하고 있는 '존(Zone)별 선착순 탑승제도(A·B·C존만을 선택한 후 선착순으로 탑승해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3시간 이상 걸리는 국제선 노선 이용객들에겐 기내체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무원들이 회사 이미지송 '위 캔 플라이(We can fly)'에 맞춰 팔과 다리, 목, 어깨, 허리 운동 등을 알려준다. 최근에는 기내에 태블릿 PC를 도입해 비행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A330과 B737 기종에 태블릿 PC 기내 상시 사용인가를 받았다.

이스타항공도 가위바위보 게임과 응모권 추첨 등을 통해 기내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비용절감은 숙명... 서비스감동도 보태야"

국내 LCC 5곳은 서비스 품질과 안전성면에서도 이미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교통서비스 평가'결과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 항공사 5곳 모두 보통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선의 경우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매우 우수 등급(A등급)을, 이스타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 우수등급(B등급)을 받았다. 국제선에서는 에어부산이 매우 우수(A등급)를 기록했다. 그외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우수등급(B등급), 이스타항공은 보통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국내 한 LCC 관계자는 "비용절감 문제는 LCC로서는 숙명"이라며 "LCC 업계에서는 모든 문제가 가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LCC 담당자는 "우리나라 고객의 경우 기내 서비스에 대한 기대수준이 워낙 높고 우리 정서 상 돈으로만 너무 따지는 해외 저비용항공 서비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라며 "처음 저비용 항공 도입 때는 충돌도 많았지만 지금은 타협점을 찾아 가격과 서비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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