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야당에 각 세우던 민주당...안경환 사퇴 계기로 분위기 바꾸나

여론 악화로 안경환 낙마...여당도 강공 부담

주요 공직자들의 임명 과정에서 갖가지 검증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해온 가운데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향후 여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도 여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같이 하며 '철통 수비'에 나선 바 있다.
 
  이 때문에 여야간 대화가 줄어들었고 국회가 경색 국면에 접어든 바 있다. 하지만 안경환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이젠 야당과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구나 앞으로 추경예산안 통과와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문제가 남아 있어 여당으로서는 야 3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안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야권에 대한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 민주당도 처음부터 야당에 강경한 입장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인 지난달 17일 우원식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산적한 많은 문제를 여소야대 상황에서 함께 고민해가면서 나라의 발전, 국민이 걱정하지 않게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파트너로서 열심히 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지연됐을 때도 우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고위 공직자 검증 기준을 국회와 청와대가 함께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협치의 기조를 이어가려 한 것이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 스스로 품위와 권위를 포기하고 국가의 중요한 시기에 국정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제안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심사에 야당이 반발하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최근 문 대통령이 단행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고 급기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 끝에 사퇴하자 민주당이 더이상 야당에 대해 강경 모드만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논란이 됐던 김 위원장·강 후보자와 달리 야당뿐만 아니라 국민적 여론도 부정적인 탓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정면돌파'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심사를 앞둔 상황도 문제다. 민주당은 사상 최고 청년실업률과 민생 안정을 이유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연일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반대 중이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가운데 민주당이 강경 모드를 이어갈 경우 자칫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야당의 장관 후보자 비판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던 민주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국민 여론과 야당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단 이야기다.

  추 대표는 안경환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정점에 달했던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기자들과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관람한 후 차담회에서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적격 후보자가 아니라면 청와대에 아니라고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제가 그런 목소리를 안 낸 때가 있었던 것 봤냐"고 답했다. 부적합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야당의 강경화 후보자 반대에 대해 "야당의 발목 잡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야당이 요구하던 가뭄대책 또한 16일 당정 협의 결과, 추경안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야당에 대해 각을 세우던 민주당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민주당의 강경 태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야당의 정치공세를 상쇄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현재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적 의혹이 더 크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강 후보자처럼 지원하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여소야대 측면에서 사실상 정국 운영의 주도권은 야당이 쥐고 있다"며 "여당의 역할은 국회와 청와대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고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조정자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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