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생각보다 파괴력 적었던 인사청문회··· 그 이유는?

과거 청문회 후 대통령 지지 하락··· 文정부는 예외

이른바 '청문회 슈퍼 위크'를 맞아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진행됐지만 생각보다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도덕성 문제 등이 집중 제기되면서 야당의 '자진 사퇴' 요구가 이어졌지만 과거와 달리 후보자의 흠결이 밝혀져도 여론의 반향이 별반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의외로 이번 주 인사청문회가 당초 예상과 달리 맥빠진 채 끝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8~30일에는 자유한국당이 '신(新) 부적격 3종 세트'라 규정한 고위 인사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상곤 교육부·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야 3당이 모두 '부적격'이라 표현한 만큼 논문표절, 음주운전, 전관예우, 거짓 해명 등이 쟁점이 됐다. 송영무 후보자와 조대엽 후보자는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청문회를 마쳤고 김상곤 후보자는 차수를 변경해 28·29일 양일간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등 공방도 치열했다.

  그러나 야당의 잇단 공격에도 파괴력이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청문회가 이뤄진 6월 다섯째 주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80%,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13%를 차지했다.
 
  부정적 답변의 이유로 '인사 문제'가 전 주 대비 5%p 증가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전주보다 긍정적 대답은 1%p 상승했고 부정적 대답은 1%p 하락하는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6월 한 달 내내 이어져 온 인사청문회에도 불구, 대통령 지지율은 80% 안팎의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달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일부 낙마자가 발생하면서 덩달아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하는 등 정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권 초기 첫 고위공직자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시행됐던 2008년 2월 27일 이후 시행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조선일보 의뢰)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은 52%를 기록했고 "장관 인사 후 이미지가 나빠졌다"라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도 인사청문회가 시행됐던 2월 마지막 주에는 부정적 응답이 최고치를 기록했고 긍정적 응답은 최저치를 유지했다.

  이번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이 과거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임명된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모두 위장 전입, 부인 취업 특혜, 해명 번복 등의 논란이 있었고 청문회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막 인사청문회를 마친 김상곤·송영무·조대엽 후보자도 각각 논문 표절과 고액자문료 특혜, 거짓 해명이논란이 됐다. 과거 정권에서 불거졌던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가 대통령 지지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여러 이유가 뒤섞여 있다. 일단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낡은 문제에 대한 국민의 개혁적 요구가 만들어낸 정부"라며 "후보자 개개인의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부의 개혁 의지를 믿고 (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개혁 정부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그 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후보자 개개인의 흠결을 가릴 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야권이 지난 정권때와 같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다. 지난 정권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과 의석수도 비슷할 정도로 덩치가 컸고 여기에 소수정당이지만 정의당이 합세하면서 나름대로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으로 나뉘어 있고 여기에 야3당이 총론적으로는 같은 목소리를 내더라도 각론에 들어가면 온도차를 보이는 등 힘을 합하는 데에는 한계점을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 비해 야3당의 지지율은 한자리수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야권의 공세를 무디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국민의당 이유미씨에 의한 문준용씨 의혹 조작 사건도 야권으로서는 치명적이다.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향해 날카로운 공세를 펴기 어려운 환경이 돼 있는 것이다.
 
  나아가 야3당은 모두 자당의 대표 경선을 치렀거나 치르는 중이다. 바른정당은 이번 주에 이혜훈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고 자유한국당은 7월3일, 국민의당은 8월 중 새 대표가 나온다. 당내 문제도 산적해 당밖의 현안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이른바 슈퍼 위크로 불린 이번 주 청문회가 당초 생각보다 파괴력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야권이 정부여당을 견제한다는 본연의 자리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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