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삼성증권, 업계 최초 IRP 수수료 인하...금융권 경쟁 불 붙을까?

개인형IRP시장 63.8% 차지하는 은행들 "우리도 수수료 인하 검토"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오는 26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개인형IRP 개인납입분에 대한 운영·관리 수수료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IRP를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삼성증권의 수수료 폐지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개인형IRP 시장의 63.8%를 차지하는 은행권은 당장 수수료 체계 검토에 돌입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24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오는 26일부터 신규·기존 고객의 개인형IRP의 개인납입분 운영·관리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 IRP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대우(8700억여원)다. 삼성증권은 6200억여원으로 업계 2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시 수령하는 퇴직금을 제외하고, 개인이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불입하는 부분에 대한 운용·관리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인형 IRP란 근로자가 퇴직금을 본인 명의의 퇴직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개인연금과 합해 연간 1800만원까지 추가 납입이 가능하며 연간 700만원(개인연금 합산 기준)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간 납입액 700만원 한도 내에서 연봉 5500만원 이하 가입자는 16.5%, 연봉 5500만원 초과 가입자는 13.2%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 IRP에 연간 700만원을 넣으면 최대 115만5000원(16.5%)을 환급받는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IRP의 연간수익률은 1.09%에 그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1.10~1.40% 수준이다. IRP 계좌 운영·관리 수수료는 납입액의 0.3~0.4% 수준으로 수익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처럼 정기예금보다 낮은 수익률에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개인형 IRP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개인형IRP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로 집계됐다. 2015년 44%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다.


하지만 26일부터 가입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금융권은 개인형 IRP 시장이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그간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에 1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다. 26일부터는 자영업자, 공무원 등 사실상 소득이 있는 사람 모두가 가입 대상이 된다. 잠재 가입 고객만 730만명에 이른다.


금융사들이 각종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나선 가운데 삼성증권이 운용·관리 수수료 면제 전략을 내세우자 다른 금융사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상 상품수수료만 받겠다는 삼성증권의 강수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그렇게 나오니 우리쪽에서도 (수수료를)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최근 수익률이 낮으면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금융 상품의 경쟁력이 수수료 싸움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상품을 운용해서 수익이 많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수수료를 빼가면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수수료 폐지는 이런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번 IRP 계좌를 만들면 해당 금융사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구조"라며 "삼성증권의 수수료 폐지 조치에 시장 경쟁이 더 과열될 것 같다.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면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