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주인 몰래 소액의 돈이 소프트웨어 업체로 자동이체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공범을 체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정수)는 3일 시중은행 계좌에서 고객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돈을 자동이체시킨 혐의(컴퓨터등 사용사기 미수)로 H소프트업체 김모(34)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사채업자 임모(40)씨와 김모(35)씨 등 공범 2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12개 시중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총 15개 금융기관 고객 6500여명의 통장 계좌에서 H소프트 업체 명의의 법인계좌로 각 1만9800원씩 불법 자동이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금융결제원의 고발장을 제출받고 지난달 31일 김 대표를 체포해 전날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김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대표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임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은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H소프트업체는 대리운전 신청과 결제를 연계해주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로 이 프로그램을 대리운전기사 업체에 제공해 매월 사용료 명목으로 1만9800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H소프트는 실질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능력이 없으며 대리운전기사 업체에 앱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용료를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등 관련 거래내역이 전무한 유령업체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 대표가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 서비스(CMS·Cash Management Service)를 통해 결제를 요청하면서 대리운전기사 앱 이용료를 허위로 내세운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자동이체 방식 등 범행 수법을 조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이체 서비스(CMS)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일부 개인정보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하고 금융기관이나 당국이 직접 본인의 동의를 구하거나 결제 요청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금융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이런 허술한 금융시스템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H소프트로 출금이 요청된 사례는 총 6539건으로 관련 거래는 모두 취소됐으며 이미 출금된 1359건에 대해서는 고객 계좌로 전액 환입됐다.
다만 출금이 이뤄진 1359건 중 100여건은 해당업체의 앱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개인정보 불법 수집·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결제원에는 H소프트 업체에 관한 민원이 100여건 접수됐지만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이체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고객을 고려하면 추가 피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KB국민, 롯데, NH농협 등 신용카드 3사(社)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 대표가 다른 개인정보 거래업자에게 돈을 주고 은행 고객정보를 넘겨받아 활용했을 개연성도 열어놓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김 대표 등을 상대로 추가로 다른 자동이체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었는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경위와 불법 활용했는지 여부 등을 보강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