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수처, 규모 반토막에 '종이 호랑이' 우려

당초 권고안 규모 122명→77명으로 대폭 축소
검사 임기 6년→3년···'3년마다 인사 태풍' 예고
검사 및 경찰 고위직 수사대상 '모든 범죄' 삭제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법무부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규모와 역량을 줄이는 방향의 설치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 권고안보다 규모를 대폭 축소한데다 수사 검사의 임기까지 줄여 '종이 호랑이 공수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15일 최대 77명 규모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 설치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법무부는 공수처의 규모를 권고안의 최대 122명에서 77명으로 크게 줄이기로 했다. 처장·차장이 각 1명, 검사는 25명, 직원은 수사관 30명, 일반직원 20명을 포함해 총 50명으로 구성하는 게 법무부 구상이다.
 
  지난 달 18일 검사만 최대 50명으로 구성해 최대 122명의 정원을 가졌던 개혁위 권고안이 나왔을 때도 인력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셈이다.


  이 규모로 공수처가 실제 설치될 경우 독자적인 첩보기능을 운영할 수 없는데다가, 각종 인지수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역량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소유지 등으로 수사에서 제외되는 인력까지 감안하면 제대로 수사할 인력이 태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권고안의 6년(연임 가능)에서 3년(연임 가능)으로 줄인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당초 개혁위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6년으로 권고하면서 대통령보다 수사검사의 임기가 길어야한다는 점과, 공수처장이 새로 임명돼도 기존에 있던 검사 중 3분의2는 같이 일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라는 의도를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수처장과 수사검사의 임기가 같아지면서 공수처는 3년마다 한번씩 조직이 요동치는 '인사 태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임명된 공수처장이 차장과 수사검사 대부분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보다는 각종 '줄서기'가 만연해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력이 있는 검사와 변호사들 입장에선 수장의 교체와 함께 3년마다 흔들리는 조직에 몸담는 선택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대상이 되는 검사 및 경찰 고위직의 범죄행위도 축소됐다. 개혁위는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범죄와 구분해, 검사 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이 범한 모든 범죄를 '수사기관 공직자 범죄'로 규정해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정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런 구분을 따로 두지 않았으며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고위공직자의 재직 중에 범한 특정범죄 및 관련범죄'를 수사대상으로 했다. 검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특정범죄 및 관련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가 저지른 교통사고 등까지 공수처가 맡다보면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서 다소 축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와 개혁위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규모가 어느정도 줄어들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나중에 국회에서 축소한다면 몰라도 법무부 차원에서 이렇게 줄이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유명무실한 공수처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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