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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트럼프 없이도 세계화는 갈 길 간다"...세계화에 소외되고 있어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없이도 세계화는 갈 길을 간다(Globalisation marches on without Trump)”라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잇달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을 통해 세계화를 가속화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세계화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역대 미국 정상으로서는 26년 만에 가장 긴 12일간의 아시아 순방을 하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경제 전쟁’에 나섰지만,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는 등 세계화를 외면하는 행보로 인해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FT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트럼프가 추진하는 양자간 무역협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기존의 TPP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활성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을 찾는다. 다낭은 지난 1965년 3월 3500명의 미군이 처음 상륙했던 장소다. 미국은 이때부터 1975년 4월 수치스러운 철수를 할 때까지 만 10년 동안 베트남 전쟁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다낭에서 전쟁을 치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낭에서 치러야 하는 경제 전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피벗 투 아시아’ 정책과 유사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풀이했다.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힘을 견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백악관의 보좌진은 중국을 “포식성 경제 라이벌(a predatory economic rival)”로 간주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기자들에게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가 지나치게 크다. 너무 크고 너무 나빠서 그 숫자를 말하기가 당혹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올 1~9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740억 달러(약 305조원)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중 무역적자는 3470억 달러(약 388조 원)를 기록했다.


  FT는 다낭에서 열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 등 8개국이 TPP를 계속 추진한다는 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13~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EAS에서는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 정상들은 RCEP를 통한 관세 인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선언을 할 예정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개국, 호주ㆍ뉴질랜드ㆍ인도 등 총 16개국이 관세장벽 철폐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FTA다.


  RCEP는 2012년 11월 정식 협상이 시작됐다. 당초 2015년 말까지 최종 협정을 마련하려 했으나 TPP의 부상과 함께 일정이 늦춰졌다. 그러나 미국이 TPP를 폐기하면서 TPP 회원국이었던 페루와 칠레가 RCEP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일본도 RCEP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RCEP 회원국들은 전 세계 인구의 45%와 교역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TPP 등 다자간 무역협정을 탈퇴하면서도 아무런 후속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간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본과 베트남 등 상대방 국가들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지금은 미국과 새롭고 야심적인 무역협상을 벌이는 적절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사용하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표현 대신 ‘인도․태평양’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과의 기존 조약에서 탈퇴를 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인 지난 1월 23일 TPP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TPP는 지난 2005년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간 무역장벽 철폐를 목표로 출범한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PSEP)을 모태로 한 것이다. TPSEP는 2008년 미국이 가입을 하면서 TPP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TPP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TPP를 채택하면서 미국 주도의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게 된다. TPP는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호주로 범위를 넓힌 데 이어 2011년 멕시코와 캐나다, 2013년 4월 일본 총 12개국으로 세를 넓혔다. TPP가 발효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당시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TPP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선언 직후 아베 총리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TPP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하고자 한다. 여러 해 동안의 협상 끝에 탄생한 TPP는 미래 무역 협상의 모델이 될 것이다. TPP는 21세기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토 스리 무스타파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국제무역산업장관은 “TPP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말레이시아는 기회를 잃게 된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말레이시아를 TPP의 분명한 승자로 꼽았다. TPP가 실패한다면 우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경제 통합을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치오보 호주 무역장관은 “호주와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회원국들은 TPP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TPP가 유지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제외한 TPP 추진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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