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슷한 듯 다른 새 판 짜는 하나금융…김정태 회장 포석은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부회장 3인 체제
함영주 부회장 임기 먼저 1년 연장 상태
이진국·지성규, 부회장 이름 올릴까 관심
'회장 숏리스트'에 올랐던 박성호 급부상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네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법률 리스크에 노출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연임 대신 새로운 인물을 낙점하면서 1년 뒤 차기 후계 구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회장이 연임된 상황에서도 법률 리스크에 노출된 주력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26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전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와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신임 하나은행장 후보에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을, 신임 하나금융투자 대표로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추천했다.

지난 2019년 취임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연임 없이 임기 2년으로 끝내게 된 것이다. 실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법률 리스크가 컸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예고된 사모펀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가 시중은행 중에 가장 많다. 앞서 회장 최종후보군(숏리스트)에도 지 행장 대신 박 부행장이 포함되면서 행장 교체는 예고됐다는 말이 나왔다.

급부상한 박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하나투자금융에 입사해 차근차근 성장한 정통 하나맨이다. 임추위는 박 부행장이 이미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과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등 하나금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글로벌 이력도 충분하다.

하나금투 역시 이진국 대표(지주 부회장 겸임)가 최근 선행 매매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금융감독원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대표가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하나금투 대표로 내정된 이은형 부회장은 1974년생으로 40대 젊은 CEO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한편 국내 활동은 부각되지 않았다. 하나금투를 이끌면서 보여주는 결과물에 따라 입지를 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주 부회장 자리다. 책임부문제를 도입하면서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부회장 3명 체제로 운영 중인데, 임기가 먼저 끝난 함 부회장은 이미 지난 1월 임기 1년이 연장된 상태다.

이진국·이은형 부회장 2명 임기는 3월 중순께 만료된다. 국외사업만 담당했던 이은형 부회장이 국내사업부문과 함께 하나금투 대표를 맡았던 이진국 부회장 대신 하나금투 수장이 되면서 부회장단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법률 리스크에 노출된 CEO들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했지만 부회장을 맡기면서 1년간 경과를 지켜보고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임에 실패한 지 행장과 이진국 대표가 부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가장 먼저 부회장 임기가 연장된 함 부회장도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경고가 확정돼 소송 중이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 뒤를 이을 후보군이 이전보다 다양해진다. 하나금융 책임부문제는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금융당국의 계속된 주문에 따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이 올해 69세로 내규상 이번 임기를 채우면 더 이상 연임할 수 없어 임추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회장 연임=은행장 연임' 하는 최근의 추세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며 "법률적 리스크를 확실하게 제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김 회장 이후 확실한 리더가 아직은 보이지않기 때문에 김 회장이 어떻게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킬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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