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소법 간담회에도 불만 여전…"더 혼선" 지적도

"내달 10일 고난도 상품 규제 강화시 더 큰 혼란 우려"
"상품·업권별 구체적 표준투자권유준칙 제시해야"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혼란이 일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권 현장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소법이 시행된 이후 금융사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하자, 다음날인 26일 지난 금융협회장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지난 1일엔 은행업권 최고경영자(CEO), 5일엔 금융투자업권, 6일엔 보험업권 대표들과 잇따라 만났다. 오는 9일에는 여전·저축은행 CEO들과 만나 금소법의 원활한 정착을 위한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은 위원장이 업권별 소통에 직접 나선 것은 금소법 시행 이후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금소법은 역대 금융위원장들이 숙원사업으로 빠짐없이 꼽을 만큼 금융위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온 법안이다.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판매원칙을 위반할 경우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제외한 4개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강한 제재를 받게 된다. 또 고난도 투자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금융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등 금융사들의 책임과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내용과는 달리,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급히 시행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연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사 뿐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일단 펀드 등 투자상품에 가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대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RP(환매조건부채권) 상품의 경우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고객들이 수시로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라며 "그동안은 PB를 통해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 고객이 직접 지점을 방문해 서류를 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퀵서비스를 동원해 서류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난도 투자상품의 경우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지만, RP와 같이 비교적 안전한 상품으로 분류되는 투자상품들까지 일률적으로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소법을 둘러싼 '원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도 서둘러 업권별 간담회를 열고, 지속적으로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오히려 더 혼선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간담회에서 "'빨리빨리'와 '소비자보호'는 안타깝게도 양립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금소법 시행으로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한 점이 다소 있더라도 불완전판매라는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인 29일 금융위는 다시 "설명의무는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으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판매자는 설명의무에 따라 설명서 내용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하며,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는 지침을 줬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지 않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추가 지침마저도 모호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금소법 이후 벌어진 혼란에 대해 업계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금융당국의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5일 간담회에서 "제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고 모든 절차를 녹취하면서 판매시간이 늘어나 '영혼 없는 설명',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향후 분쟁에 대한 부담으로 모든 사항을 기계적으로 설명하고 녹취하는 책임 회피성 행태는 금소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향후 소비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면, 금융사들에 입증 책임이 부여되는 만틈 판매 전 과정에 대한 녹취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발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 제기 가능성에 대비해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당국이 구체적으로 명시해주고, 법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 사업자들은 하나하나 빠짐없이 설명하고 녹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융사들은 다음달 10일부터 고난도상품의 규제가 강화되면, 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5월10일부터는 손실이 원금의 20%를 초과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과 파생상품 등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경우 녹취 및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내달 10일부턴 고난도 금융상품인 펀드도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며 "아직까지 고난도 상품에 대한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포괄적으로, 모호하게 제시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커다란 목표 아래 금소법을 도입한 만큼, 금융사 뿐 아니라 당국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며 "각 상품별, 업무별로 구체적인 표준투자권유준칙을 마련해 제시해야 지금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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