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체납자들 수표로 1714억 은닉…92억 주식 압류에 '바로 납세'도

인터넷강사, 3300만원 세금 체납, 수표로 200억 꽁꽁
수표 등 추적하자 차명보유 가상화폐 담보로 내놓기도
92억 주식 압류하자 현장에서 세금 2400만원 납세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서울시가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현금을 자기앞수표로 바꿔 사용한 체납자 623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수표로 교환해 간 금액은 모두 1714억원에 달했다. 체납자들의 보유 주식도 추적해 842억원을 압류 조치했다. 세금 낼 돈은 없다면서 현금을 수표로 바꿔놓고, 주식에 투자해 돈을 불리는 체납자들이 늘고 있어 서울시가 전격 조사를 단행한 것이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시중은행 10곳을 통해 2년 간 고액체납자의 자기앞수표 교환 내역을 입수해 압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시가 체납자들의 자기앞수표 추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체납자는 623명으로 모두 1만3857회에 걸쳐 1714억원의 현금을 수표로 바꿔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밀린 세금액 812억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사채업자 A(56)씨는 지난 2002년 12월 자동차세 등 4100만원을 내지 않았지만 현금 438억원 어치를 수표로 교환해 보유했다. 시의 추적이 시작되자 A씨는 차명으로 보관해둔 가상화폐 15만 코인을 납세 담보로 제공했다. 인터넷강사 A(61)씨는 현금을 수표로 교환한 금액이 200억원이나 됐지만, 세금 3300만원을 내지 않았다. 이렇게 1억원 이상 고액 수표를 교환한 체납자는 모두 99명으로 교환금액은 1627억원에 달했다. 체납액은 260억원이었다.

서울시는 가택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 재산에 대해 압류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74명의 체납자들이 13억원의 밀린 세금을 냈다. 

체납자들의 주식도 압류했다. 국내 28개 증권사로부터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주식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0명이 평가금과 예수금 등 1038억원을 갖고 있었다. 이중 818억원과 예수금 24억원에 대해 즉시 압류 조치를 시행했다.

서울시가 압류에 나서자 고액 체납자들이 세금을 즉시 납부하거나 주식 강제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업자인 C(49)씨는 평가금액 기준 92억원 어치의 주식 56종목이 압류되자 38세금징수과에 찾아와 밀린 세금 2400만원을 바로 납부했다. 15년간 주민세 등 1700만원을 안 낸 D씨도 주식 3종목을 압류하자 즉각 납세했다.

주로 부동산을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던 고액 체납자들이 최근 금융 부문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경제금융추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 자산별 세분화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가상화폐에 이어 수표 교환 내역, 증권 등 투자상품 보유 현황에 대해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고 압류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며 "충분히 세금을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납부를 회피하는 비양심 고액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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