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정치권에서 다시 불붓기 시작했지만 여성가족부는 아직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여성단체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게으른 공약'이라며 비판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9대 대선때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과연 따로 필요할까?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라며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고, 여성가족부의 기능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누자는 게 유 전 의원 생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SBS 인터뷰에서 "저는 여성가족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 본다"며 "여성가족부는 사실 거의 무임소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부서를 가지고 그냥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해버렸는데 그렇게 해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잇따라 나오지만 여성가족부는 "입장문을 내거나 할 계획은 아직 없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여성계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논평을 통해 "여성가족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만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 정치인들이 했던 각종 비위와 잘못된 관행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질 낮은 꼼수"라고 말했다.
이어 여.세.연은 공군 성폭력 사건과 성비위 교사 등의 예시를 들고 "정부 부처 내에서 일어나는 상급자에 의한 성비위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들이 여성가족부보다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에 대해서도 "모든 부처 그리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수많은 자리들이 대선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라며 "그럼에도 여성가족부 장관만이 능력 없고 자격 없는 전리품 인사로 취급되는 것은 여성의 성취를 특혜로 인식하는 기존 남성 중심적 시각의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양성평등위원회 설치에 대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즉 위원회가 권고한 일을 전적으로 담당해 처리할 수 있는 부처가 있어야만 성평등이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