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와 관련해 각자 일주일간 선거운동 기간을 가진 뒤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와 한 예비후보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주장한대로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0~11일 전에 단일화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예비후보와 '단일화 로드맵'을 추진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 현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 그리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움의 전선으로 나가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를 보면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날 지도부가 제안한 한 예비후보와의 양자 토론회에 대해서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하겠다. 그리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식의 강압적인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 단일화는 시너지가 있어야 한다"며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하자. 다음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 이후에도 한 후보와 나라를 구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말 부끄럽다. 이 나라를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대통령 선거를 승리하겠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 사태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묻고 싶다. 본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한 후보에게 묻고 싶다. 이런 시나리오를 사전에 알고 있었나. 그래서 우리 당의 치열한 경선이 열리고 있을 때 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것인가"라고 했다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계획한 듯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대위를 꾸리고 있었다"며 "경선 후보들은 들러리였나"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진행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날선 반응을 보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해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을 시작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오늘 오후 TV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두 후보에게 제안했고,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고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비대위원장인 제가 지겠다"고 했다.
그는 "김 후보가 조금 전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를 누가 끌어냈느냐'라고 했는데, 저는 바로 김 후보가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가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전신 정당은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 겪었다"며 "이제 우리는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하고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가 제시한 '단일화 로드맵'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저분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민주화 투사인지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경기지사 그리고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우리 당의 중견 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 정말 한심한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 스스로 한 후보와 전당대회 직후 바로 단일화하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한 후보를 끌어들이는 게 당 지도부 책임이라는 것인가"라며 "지도부가 그렇게 힘이 있으면 대선에 나갔겠지 대선 관리를 했겠나. 수많은 국민과 당원들을 움직일 힘이 당 지도부에 있었으면 제가 대통령 후보에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한 예비후보 측도 김 후보의 단일화 일정 제안에 즉각 반발했다.
이정현 캠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건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당원들 86%가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11일 이전에 해야 한다고 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그런데 김 후보는 다음주에 단일화를 하자고 하고 있다"며 "다음주에 되는 게 왜 이번주는 안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당 지도부는 전날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의 단일화 담판이 사실상 결렬된 이후 자체 '단일화 로드맵'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6시 양자 토론회를 진행하고, 이후 7시부터 이튿날 오후 4시까지 당원 투표(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0%)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