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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종전 선언 '문안 협의'…美 공식 입장 나올까

美, '종전 선언' 심도 있는 내부 검토…성김 주말 방한
"종전 선언, 대화 시작 계기로 유용하다는 데 한미 공감대"

 

[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 선언에 미국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는 가운데, 한미 간에 '문안 협의'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숨 가쁜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조만간 공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한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측은 현재 종전 선언이 실제로 채택됐을 때의 영향에 관해 내부적으로 상당히 심도 있는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선언에 담긴 표현 등이 초래할 기대하지 않은 효과나 파장을 사전 방지해야 한다는 인식하에서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 종전 선언을 제안한 이래 한·미는 쉴 틈 없는 협의를 이어 왔다. 우리 정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 차원에서 종전 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로 다룬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이와 관련, 전날인 18일에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종전 선언 문제를 비롯해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대북 신뢰 구축 조치 등을 논의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협의 후 기자들에게 종전 선언 논의 사실을 밝히며 "이런 논의와 상호 관심사에 관한 다른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를 고대한다"라고 밝힌 상황이다. 김 대표는 오는 주말 한국을 직접 찾아 관련 논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노 본부장과 김 대표는 지난 8월 하순부터 이미 약 50일 사이에 다섯 번에 걸친 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하며 정의용 외교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관계자가 총출동해 외교전을 펼쳤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일련의 한미 협의를 거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데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관해 (미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내부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미국은 아직 종전 선언에 관해 백악관이나 국무부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종전 선언을 두고 '문안'에 관해서도 일정 부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가 종전 선언을 두고 문안 협의까지 진행하는 게 사실이라면, 조만간 종전 선언에 관해 발언을 아껴 온 미 정부 역시 일정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종전 선언이라는 게 신뢰 구축 조치 중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조치"라며 김 대표의 주말 방한을 거론,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입장에 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시기가 아직 빠르다"라면서도 "공감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종전 선언 외 대북 인도적 협력 논의는 현재 한미 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은 한미 공동 사업으로 지난 수개월 동안 협의가 돼 왔다"라며 "그 내용은 보건, 방역, 식수, 위생 등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도적 협력 사업의) 방식 등은 한미 간에 상당히 공유가 됐다"라면서도 "인도적 사업이란 상대가 있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어느 시점에 이를 추진하는 것이 상황을 긍정적 방향으로 끌고가는 데 도움이 될지에 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종전 선언과 인도적 지원을 두고 한미 간 협의가 무르익는 가운데 북한은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체를 발사했다. 북한은 최근 연이어 유화적 메시지와 도발 행보를 동시에 행하는 '냉온 전략'을 구사 중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라면서도 "이 발사는 또한 시급한 대화와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라고 했다.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문제 관여라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미사일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북한을 조속히 대화로 (나오도록) 관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사례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 발언과 유사한 취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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