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n번방'을 만든 '갓갓' 문형욱이 징역 34년을 확정받았다. '박사방' 2인자로 불린 '부따' 강훈은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문형욱의 상고심에서 징역 3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형욱은 지난 2015년부터 미성년자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성폭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문형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신상정보를 뿌리겠다', '부모님을 살해하겠다'는 등의 말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도록 요구해 전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웹페이지 관리자나 경찰을 사칭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문형욱은 이러한 방법 등으로 제작한 수천여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SNS에 올린 혐의도 받는다.
그는 '갓갓'이라는 닉네임을 쓰며 텔레그램에서 1~8번방을 만들어 성착취물을 공유했으며, '켈리' 신모씨에게 n번방을 물려주고 잠적했다. n번방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뒤 지난해 5월 문형욱은 경찰에 붙잡혔다.
1심은 "피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협박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하거나 직접 성폭행했다"라며 "피해자들의 성착취물이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이상 그 피해가 회복될 여지도 없고, 평생 벗어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형욱에게 징역 34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정보를 공개·고지하라고 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명령했다.
2심도 "문형욱은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칭하며 인간으로서 극심한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강요했다"면서 "제2, 제3의 n번방이 계속 만들어질 우려가 높아 엄벌은 불가피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이 이날 문형욱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n번방 핵심인물 3명의 형량이 모두 확정됐다.
앞서 n번방으로의 연결 통로를 제공한 '와치맨' 전모씨는 지난 9월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n번방의 운영 방식을 가져와 다른 성착취물 범행을 벌인 '박사' 조주빈은 지난달 징역 4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부따' 강훈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사방'의 2인자로 불린 강훈은 조주빈과 공모 후 협박해 아동·청소년 2명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5명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전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강훈이 조주빈과 함께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이른바 범죄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강훈을 제외한 다른 박사방 일당은 지난달 조주빈과 함께 징역형을 확정받았으며, '태평양' 이모군은 지난 7월 상고를 취하해 장기 10년에 단기 5년형을 확정받았다. 조주빈은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기소돼 1심 판결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