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한·독 경제인간담회 기조연설 전문>
지그마르 가브리엘 경제부총리님, 휴버트 린하트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위원회 회장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님,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 한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경제인 여러분들과 함께 양국 공동 번영의 미래를 이야기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한국과 독일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큰 시련을 이겨내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에 라인강의 기적이 있다면, 한국에는 한강의 기적이 있습니다.
독일의 발전이 철저한 직업훈련과 마이스터 정신으로 무장한 최고의 전문성이 바탕이 되었다면, 한국 역시 인적자원과 기술로 빈약한 부존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을 일으켰습니다. “쓸모 있는 손재주만 있으면 모든 땅이 금광이 된다”는 독일 격언을 한국도 실천해 온 것입니다.
이러한 공통의 경험과 기반을 갖고 있는 양국이 공동 번영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양국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 양국간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상호 투자 확대와 창조경제를 위한 협력 강화, 그리고 남북한 통일시대에 대비한 협력증진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경제인 여러분, 저는 양국 간 경제협력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은 상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통해 양국 기업이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하면 서로의 시장에 더 가까이 접근하면서 제3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독일 경제인 여러분께 투자 대상국으로 한국에 주목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금년 초 외교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지는 한국을 향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6대 시장의 하나로 꼽았습니다.
한국에 투자하면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북아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가질 수 있고, 나아가 한국의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46개국과 FTA를 체결했고,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과의 FTA가 타결되면, 전 세계 GDP의 70%를 차지하는 나라들과 FTA를 통해 연결됩니다.
지리적으로도 한국은 세계 2대ㆍ3대시장인 중국ㆍ일본과 1일 생활권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상하이간 거리(863km)는 베를린에서 파리간 거리(879km)보다 가깝고, 서울에서 동경간 거리도 1천km에 불과합니다.
또, 한국은 OECD 학습능력 평가 1위를 기록한 인적 자원과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ICT 발전지수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IT 인프라도 큰 강점입니다.
이미 발 빠르게 한국에 투자한 독일 기업들은 성공을 거두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만 봐도 지멘스가 아태지역 에너지 솔루션센터를 설치했고, 바스프는 고기능 플라스틱 생산공장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여러 독일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을 겨냥한 R&D 센터나 아시아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립하는 것을 적극 고려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을 믿고 투자한 독일 기업인들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의 가능성과 한국 정부의 의지를 믿고, 마음껏 투자하셔서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경제인 여러분, 얼마 전 발표됐던 세계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독일과 한국은 각각 2위와 5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양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으며, 특히, IT를 바탕으로 한 융복합과 혁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제조업에 IT를 결합해 공정을 효율화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압니다. 한국은 과학기술과 IT에 산업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특허사무소의 특허출원 순위 5위안에 독일과 한국 기업이 나란히 2개씩 포함되는 등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렇듯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자 혁신의 선도국인 양국이 각자의 강점에 기초하여 협력을 증진해간다면,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발표된 것처럼, 독일산 전기차에 한국산 밧데리를 장착하는 등 양국간 창조경제 협력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산업, 과학기술, 정보통신, 금융, 직업훈련 분야의 MOU들은 양국 경제인들이 협력해 갈 수 있는 든든한 플랫폼이 될 것이며, 한국 정부는 이 MOU들이 착실히 이행되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양국 경제인 여러분, 통일된 독일이 오늘날 침체된 유럽경제를 이끌어가면서 성장엔진이자 안전핀 역할을 수행하고 있듯이, 통일 한국도 한민족은 물론이고 세계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제가 직접 주재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남북한 통일이 한민족 모두에게 축복이 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오늘 오후에 드레스덴을 방문하는데, 舊동독 지역이 어떻게 통일 이후 훌륭한 제조업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보고 들을 것입니다.
통일을 위한 준비는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인 여러분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통일 이후 舊동서독 지역의 실질적 경제통합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다양한 경제협력이 크게 기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이 행사이후 방문할 지멘스도 舊동독지역 인력을 고용하여 동서독 간에 실질적인 경제통합에 기여한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이번 기회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 회장이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독일 기업들도 투자와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한 경제통합 과정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양국 경제인 여러분, 한국과 독일은 시련과 발전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 근면 성실한 직업윤리와 신용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라는 독일 속담이 있듯이, 양국의 경제인들은 가까운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협력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만큼, 양국 경제인들의 우정과 신뢰, 이해와 공감은 경제협력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오늘 오찬 간담회를 통해 마음이 통하고 비전을 같이 하는 파트너들을 많이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양국이 함께 열어갈 희망찬 미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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