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위험천만' 건물외벽 로프공...자정 안전장치 마련에 건설업계 반색

한국건설로프기술인협회, 신화건설 MOU 이어 아파트 외벽 공사 발주 잇따라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의 여느 날과 다름없는 출근길 아침 인사가 오늘은 유난히 버거운, 꼭 지켜야 할 약속으로 가슴에 후벼든다. 어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인 고소로프작업자(일명 로프공)의 추락사고가 있었다. 이번이 올해 들어 3번째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경력 9년차 44살 김 모씨의 속앓이다.

 

2023년 3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고소로프작업(달비계) 중 3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우리나라 건설업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고난이도의 직종을 꼽으라면 생명을 외줄 하나에 의지해 고층아파트 등 외벽에 매달려 작업하는 로프공을 1순위로 친다.

 

페인트 도장은 물론 각종 건물외벽 유지보수/관리를 책임지는 작업은 전국의 크고 작은 건축물에는 반드시 필요로 한다. 하지만 고소득이라는 미명 아래 빈번히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당면한 건설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어떠한 울림이나 반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숙련된 작업자에게는 물론 처음 일을 시작하는 초급자에게 조차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의 시행 또는 메뉴얼조차 부재하고, 해당 교육 이수를 통해 자격을 부여하고 책임을 지는 기관이나 단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쌓인 이들에게는 ‘로프공’이라는 공식화되지 않은 명칭으로 통용되며 정식 직업군으로 편성이 안 되어 있어 안전의식 결여와 직업적 소명의식이 확립되지 않아 참담한 사고 발생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공사중단은 물론 공기지연에 따른 공사비 증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재해사고는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업계의 숙제로 남아 있는지 오래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전국의 로프기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한국건설로프기술인협회(KCREA·Korea Construction Rope Engineer Association)를 설립했다. 협회는 건설로프기술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정기적인 실무교육을 통해 보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고 나아가 건설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즉각 화답했다. 지난 3일 신화건설(주)(대표이사 이용석)은 한국건설로프기술인협회와 외벽 공사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쉽 MOU를 체결했다. 이어 인천의 대표적인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 구월동 힐 스테이트 1단지는 각 세대별 공동구매를 통해  외벽 도장 및 실리콘 공사 발주가 예정돼 있다.

 

신화건설 이용석 대표는 "공사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공정 작업을 하는 로프공들을 보며 사용자 입장에서 늘 불안불안했다"면서 "전국적 규모의 건설로프기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합쳐 공공법인을 설립한 만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건설로프기술인협회의 설립과 궤를 같이해 건설업계에도 건전한 고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상호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건설로프기술인협회 임태석 회장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고소로프 작업자들이 안전규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종사해왔고, 경력으로만 보면 최고참이지만 미숙련 후배들에게 변변한 역할을 못했는데 협회 활성화로 회원들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건설로프작업안전 메뉴얼북 제작/배포 등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데 책무를 다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은 2023년 현재 세계 GDP 기준 10위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있다. 앞으로도 한국 경제는 발전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국격에 부합하는 이와 같은 상생모델은 관련업종에는 물론 국가 경제분야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작업자의 안전수칙 준수 및 경영자의 책무 강화 등 건설근로자의 사고예방과 안전의식 고취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안전정책 의지에 부합하는 모범적 사례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략) 막내딸의 출근길 아침 인사가 저녁 퇴근길의 따뜻한 포옹으로 약속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임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일과에도 ‘소확행’의 믿음으로 열심히 일하는 건설로프기술인과 전 산업분야의 작업자들에게 힘찬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한 독자의 독백같은 사연에 이 보도기사가 작은 위안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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