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주도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본 기업들과 무섭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한국기업들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모기업과 협력사가 상호협력해 기술과 가격 등 종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이세용 이랜텍 회장)
"물론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동반성장에 좋은 사례도 있지만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일감 몰아주기 같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어려운 시기에 동반성장이 잘 되고 있다는 말이 나와서 걱정이다. 기업 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큰 목소리를 내달라."(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연 '경제계의 2014년 동반성장 실천계획과 추진전략 발표회'에서 대기업들의 단순한 자금 지원 보다는 협력사들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윤상직 산업부 장관, 유장희 동반위원장, 대·중소기업 CEO와 임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동반성장이 대·중소기업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정착도 됐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동반성장 실천 계획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몇몇 대기업의 프로그램이 중소기업들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계량적인 평가를 해본 결과, 상생펀드는 전혀 효과가 없었고 교육이나 공동개발의 효과가 비교적 컸다"며 "특히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과 같은 중소기업 상황에 맞는 자생적인 정책들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동반성장에서는 중소기업의 자구적인 노력도 매우 필요하다"며 "어느 특정 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성장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중소기업들의 주요 과제는 시장과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대기업들도 협력사들을 울타리에 가두지 말고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협력사는 독립시켜 글로벌 시장에 나가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며 "아울러 사업구조 차원의 자발적 노력도 필요한데, 각 부서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하는 등의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종태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카이스트 경영대 교수)은 "'단순히 (동반성장 지원을)몇 건을 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질 것은 확실히 다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가 발생하는 영역을 놔두고 지원만 하는 '펼치기 식' 정책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원칙을 세우고 세밀한 계획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반성장을 회사 내 문화로 만들어 2, 3차 협력사로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적 동반성장을 사회 가치창출과 연결해 사회적 책임, 사회적 발전 관점에서 시스템적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30대 그룹은 올해 연구개발(R&D), 경영혁신, 해외 판로개척 등 협력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1조7161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1조5942억원보다 7.6%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2·3차 협력사 성장 지원,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창조경제 실현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동반성장 여건이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2·3차 협력사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삼성은 '삼성식 동반성장 모델'을 통해 1차 중심에서 2차 이하의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11개 계열사가 1·2차 협력사 5012곳과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을 협약 맺고, 최근 3년간 총 6394억원을 지원했다.
최병석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협력사를 동반자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상생협력 활동을 진행해 왔다"며 "이를 발판으로 협력사 평균 매출액이 2012년 1112억원으로 늘고, 지난해 말 기준 협력사들의 시가총액이 약 27조원으로 대폭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삼성은 삼성식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협력생태계를 만들어 2차 이하 협력사에 공정한 거래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협력업체를 글로벌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품질,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해외공장 설립시 초기부터 세계 자동차 업계에 유례가 없었던 협력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 수는 1997년 34개사에서 지난해 599개사로 늘었고, 수출 규모 역시 2002년 3조8000억원에서 작년 34조8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올해 성과공유제를 확대해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중견기업에도 적용하는 한편,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내외 벤처에 개발비를 선지급하고, 연구결과물에 대한 특허 공동출원, 현금보상, 구매계약 등 성과공유를 확대해 신기술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 사장은 "협력사의 지속 성장을 견인할 CEO 및 핵심인력의 경영역량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금, 기술, 교육 지원으로 협력사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는 자금난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에 동반성장사모투자펀드, 신기술투자펀드를 통해 연구비와 설비투자비 명목으로 850억원을 투자하고, 보유기술 무상양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