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업체 중 처음으로 유류 저장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울산 온산읍에 위치한 자회사 현대오일터미널을 통해 상업용 저장시설을 준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준공된 유류 저장시설은 총 사업비 1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울산신항 남항부두의 공유수면 8만7000㎡를 매립해 만들어졌다. 이 시설은 5만DWT(중량톤)적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석유제품 총 2억8000만리터를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2만리터의 석유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운반차량(탱크로리) 1만4000대를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규모다.
현대오일터미널 관계자는 "석유사업자는 기름을 한번에 많이 사는 것이 구매가격과 운임비용을 낮출 수 있어 유리하다"면서 "공사 중에도 큰 탱크가 있는 이곳에 물량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공급하려는 일본 화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유류 저장시설 준공 배경에 대해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울산에 해당 시설을 세운 것은 석유화학단지가 밀집돼 있어 유류 저장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잦은 지진과 노후화 된 저유시설, 대형 유조선 접근을 방해하는 얕은 수심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물류운영이 어려운 일본의 석유물류 대체지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 대지진 이후 발전 연료유의 장기저장 수요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사업성을 인정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 사모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대오일터미널은 기계적 준공을 마친 지난해 말 처음으로 일본계 종합상사와 등경유 물량 5만톤을 계약했다. 이후 일본, 싱가폴 화주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 현재까지 총 저장용량의 90% 이상을 채웠다.
이날 준공식에서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오일터미널의 유류 저장사업은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윤활기유, MX(혼합자일렌)사업 등과 함께 현대오일뱅크의 사업구조 다각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사업이 정부의 동북아 오일허브 전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