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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 점심값 4만원'…식비 지원 예산 놓고 갑론을박

정부, 내년 '직장인 든든한 한끼' 시범사업 추진
중기·산단 근무자 5만4000명에 4만원 식비 지원
일각에선 "직장인 식비 내주는건 포퓰리즘" 지적
정부 "3년간 시범 사업 실시해 효과 면밀히 검증"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내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직장인 식비 지원 사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세금으로 직장인 밥값을 지원하는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서 3년간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용해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2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79억원 규모의 '직장인 든든한 한끼' 시범사업을 신규 편성했다.

 

해당 사업은 식생활 여건이 취약한 인구감소지역 산업단지 근로자와 중소기업 직장인 5만4000명을 대상으로 아침 또는 점심 식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사업은 '1000원의 아침밥'과 '직장인 든든한 점심밥'으로 나뉜다.

아침식사의 경우 백반, 쌀국수, 김밥 등 쌀로 만든 식사를 1000원에 제공(1000원의 아침밥)한다. 5000원짜리 식사라면 정부가 2000원, 지자체와 기업이 각 1000원을 지원하면 직장인은 1000원에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점심식사는 근로지 내 외식업종에서 점심시간(11~15시)에 결제한 금액의 20%를 할인해 월 4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정부는 이런 지원으로 끼니 해결이 어려운 직장인들의 삶의 질 상승과 지역 경제 활성화, 쌀 소비 촉진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직장인 식비 지원 사업에 대한 여론이 시끄럽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소득층이나 결식아동을 지원하는거면 몰라도 빚을 내서 직장인 식비를 정부가 내주는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이 정책을 시행하면 해당 지역 식당들은 일제히 메뉴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물가를 안정시켜 삶이 안정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점점 정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국민의 힘도 해당 정책에 대한 공격에 동참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자리조차 없어 끼니 해결이 어려운 청년과 노년층이 많은 현실에서 굳이 직장인 점심을 세금으로 보조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뻔하다. 밥값을 깎아주겠다는 달콤한 구호로 직장인 표심을 겨냥하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생계급여 수급 가구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먹거리 지원 사업은 과거부터 시행해 왔으나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 못해 기업으로부터 식사를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는 직장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다양한 계층이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산업단지 및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아침밥과 점심밥 중 한 끼 비용의 일부를 시범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다만 내년도에 첫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식생활 여건이 취약한 인구감소지역과 산업단지가 많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3년간(2026~2028년) 시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 기간 동안 사업의 정합성과 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분석을 통해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파악해 본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54조7000억원(8.1%) 증액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는 이번 예산의 중점 투자 방향으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초혁신경제(51조→72조원)'와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기 위한 '모두의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144조→175조원)', '국민 안전과 국익 중심 외교(25조→30조원)'를 제시했다.

이 중 '모두의 성장'에 해당하는 예산의 규모가 가장 크다. 직장인 식비 지원 사업도 여기에 해당한다. 또 인구감소지역 6개 군 주민 24만명에 월 15만원을 지금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2000억원)'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지원 확대(450만→540만명) 등도 농어촌 정주여건 개선과 농산물 소비 촉진 차원에서 추진된다.

 

정부가 확장 재정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하면서 재정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6년 109조원, 2027년 115조4000억원, 2028년 128조9000억원, 2029년 124조9000억원으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을 전망이다. 또 국가채무는 올해 말 1300조원을 내년에는 1400조원을 돌파한 뒤 2029년에는 GDP의 58% 수준인 1788조900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AI 등 신산업을 육성하고 성장 잠재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성장률 반등이 세수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선순환 구조 회복에 의문을 제기한다. 재정 지출 확대가 반드시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지출 중 '기본이 튼튼한 사회(모두의 성장)' 에 책정된 예산이 175조원이다. AI 쪽은 증가율은 높지만 실제 책정된 예산은 10조원 밖에 안된다. 이번 예산은 균형성장과, 기본사회 등 분배쪽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정부에선 재정을 마중물로 써서 성장이 되면 세수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투자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소득 분배 중심의 정책이 주가 되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안 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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