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TV 일일드라마 '루비반지' '천상여자'에 이어 또 한편의 복수극 '뻐꾸기 둥지'를 내보낸다. 전작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이번에도 자극적인 소재다.
2TV 오후 7시50분 시간대가 '복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굳고 있다. KBS가 시트콤을 폐지한 뒤 선보인 '복수물'들이 기록한 높은 시청률에 주목한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8월 방송된 '루비반지'는 '교통사고로 얼굴이 뒤바뀐 자매의 처절한 사랑과 복수'를 다뤘다. 바통을 이어받은 '천상여자'는 '언니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을 세상에 나눠주고자 수녀의 삶을 택한 여자가 언니를 죽인 나쁜남자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가는 이야기'로 소개됐다.
6월3일 방송되는 '뻐꾸기 둥지'도 소재면에서 만만치 않다. 29일 오후 제작발표회에서 극을 설명하기 위해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이 '뻐꾸기 둥지'를 말한다.
약 5분 분량의 영상에 두 번의 교통사고, 각기 다른 두 주인공의 반복되는 오열 장면이 등장한다.'자궁암' '이혼' '대리모' 등 자극적인 단어들도 쏟아진다.
발표회 현장에서 배포된 팸플릿에는 아이를 안은 여자와 그 여자의 목을 조이려는 듯한 또 다른 여자가 등장한다. '복수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탤런트 장서희(41)와 그 타이틀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넘겨받게 될 탤런트 이채영(28)이다. '뺏고 싶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이라는 붉은 글자도 있다.
드라마는 한 여자가 오빠의 죽음에 빌미를 제공한 여자, 자신을 배신한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두 사람에게 필요한 대리모가 되는 것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전 남자친구는 대리모에게 옛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끼기도 한다.
방송 전부터 '막장드라마'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성과 연출이다. 하지만 논란의 드라마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출연 배우들과 연출자는 이를 부인했다.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곽기원 PD), "사실 막장의 기준을 모르겠다. 다 사람 사는 이야기라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이채영)
다만, 장서희는 "막장이라는 게 이제는 드라마의 한 장르가 된 것 같다. 이왕이면 센 내용의 드라마라고 했으면 좋겠다"며 부분 수용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소화해야 한다. 착한 드라마, 나쁜 드라마를 나누기 보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파악했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연 배우들과 연출자는 앞선 자극적인 내용들이 드라마의 뒷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은 '복수'가 아닌 '모성애'라는 것이다.
장서희는 "이제는 복수의 아이콘이라는 걸 내려놓고 싶다. 뒷부분의 이야기가 앞선 사건들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낳은 정'과 '기른 정'의 이야기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아, 저거였구나' 할만한 반전들이 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건 가족의 화합과 모성애"라고 소개했다. 이채영도 "드라마가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가 복수하고 끝이 나는 게 아니다. 두 여자가 모성애를 가지고 엎치락뒤치락한다"고 부연했다.
곽기원 PD도 "개연성 없는 드라마를 만들 생각은 없다"고 확인했다. "'강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눈물도 많이 나네'하면서 봐줬면 한다"고 청했다.
'뻐꾸기 둥지'의 극본은 '루비반지'의 황순영 작가가 쓴다. 전작들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 이외에 어떤 유의미한 결과물을 낼는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