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그룹 '스윗 소로우'(인호진·성우진·김영우·성진환)는 과소평가된 팀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는 쉽고 편안한 음악만 하는 팀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MBC TV '무한도전'과 라디오 DJ를 통해 뽐낸 채치와 입담은 음악성보다 엔터테인먼트형 그룹이라는 편견도 낳았다.
하지만 스윗소로우는 뮤지션의 산실로 통하는 '제16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2004)에서 대상을 받은 팀이다. 네 멤버 모두 작사·작곡·프로듀서가 가능한 싱어송라이터 그룹이기도 하다. 1인으로 나서야 싱어송라이터로 인정 받는 대중음악계에서 손해가 크다.
보기 드물게 '화음'을 뽐내는 팀이기도 하다. 화성을 바탕으로 한 보컬 위주의 대중음악을 들려주는 주류 팀은 스윗소로우 외에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윗소로우는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만 부르는 그룹이라는 인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호진은 "그래도 저희는 행복해요. 밝고 격의 없는 음악과 자연스런 모습을 좋아해주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송우진은 "슬픈 노래도 하는 팀인데 뮤지션으로서 고민이 많았다"고 인정했다. 팀명이 '달콤한 슬픔'을 뜻하는데 "너무 밝은 면만 보여준 것이 아닌가"(김영우)라는 생각도 든다. 김영우는 "밝은 면도 우리가 잘하는 것이고, 우리가 싫어하면서 끌려가는 것도 아니니 더 즐겁게 만들고 행복하게 노래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송우진은 "어깨에 든 짐과 힘을 빼고 편한 느낌을 내게" 됐다. "애써 멋진 척 하거나 있어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편안함의 매력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2일 낮 12시에 발표하는 정규앨범 4집 파트1 '포 러버스 온리(FOR LOVERS ONLY)'는 대중이 자신들에게 가장 기대하는 '사랑'에 주력했다. 기꺼이, 어김없이 '사랑 전령사'가 된 것이다.
인호진은 "저희가 할 수 있는 화음과 예쁜 멜로디, 진솔한 노랫말을 담은 앨범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소개했다. 송우진 역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지 리스닝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었다. '그게 뭐가 나빠. 우리는 잘 만들고 대중은 기분 좋게 들으면 그게 좋은 앨범이지'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영우가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설레고 있죠'는 사랑에 빠진 설렘을 표현했다. 지난달 19일 미리 공개한 곡으로 김영우가 멜로디를 쓰고 인호진이 가사를 붙인 화려한 화음의 '뷰티풀' 역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렘을 노래했다.
성진환 작곡 '천사가 되겠어'도 마찬가지로 감성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따뜻하다. 성진환·김영우가 함께 멜로디를 만든 '빈틈을 줘'는 사랑에 대한 떨리는 감정들을 포착한 곡이다.
송우진이 작곡하고 작곡팀 WATT이 편곡한 '멋진 날'은 복잡하지 않은 악기구성으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 시대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 역시 감성을 자극한다.
'천사가 되겠어'는 성진환이 4~5년 전에 쓴 곡이다. 아무리 달콤한 노래를 부르는 스윗소로우라도 예전이라면 부르지 못했을 노래다. 인호진은 "나이가 드니 생각도 변하고 팀으로서 맞춰가는 쾌감이 있었어요"라면서 "반대를 했던 노래인데 봄밤에 나누는 사랑이랑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웃었다.
김영우에 이어 성진환이 지난 1월 홍대앞 싱어송라이터 오지은과 결혼하면서 멤버 중 절반이 유부남이 됐다. 다 함께 곡작업을 하는만큼 의견이 나뉘는 등 변화가 있을 법하다.
인호진은 그러나 자신들이 한팀임을 강조하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영우가 지난달 득남했을 때 조카가 생기면서 멤버들이 결혼했다는 실감이 들기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작업할 때는 '넷 만의 현실'로 들어가요. 네 명이 동의를 해야 노랫말과 멜로디가 확정되거든요. 앞으로는 조금씩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아요. 넷 만의 현실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죠. 그게 팀이죠."
스윗소로우는 7월 3~20일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콘서트 '화음'을 펼친다. 주로 큰 무대에서 공연한 이들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펼치는 소극장 콘서트다.
인호진은 "마음 속에 항상 소극장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저희들 성향 자체가 가까운 곳에서 솔직하게 팬들과 교감하는 걸 좋아해요. 멤버들 모두 대학교 때부터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그런 우정이 팬들과도 잘 어우러지는 소극장 무대에 오르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멤버들의 화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극장은 함께 부르는 화음의 느낌을 최적화할 수 있죠. 세밀하면서도 편안한 멋이 있어요. 아담한 분위기에서 팬들과 교감했으면 해요."
2005년 셀프타이틀 앨범으로 데뷔한 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사랑해' '좋겠다' 등의 히트곡을 낸 스윗소로우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연세대학교 남성 합창단 '글리 클럽' 선후배 사이다.
"일단 멤버들에게 참 고마워요. 우리가 힘들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그래도 끊임없이 활동하니 '복 받았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희는 데뷔가 좀 늦었어요. 세상이 정해놓은 나이보다 어리죠. 안 늙고 공연하면서 잘 했으면 좋겠어요."(인호진)
"빨리 빨리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커가는 느낌이 있어서 잘 해왔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자부심도 있어요. 앞으로도 쭉 느리지만,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에게 없는 것을 보고 조바심을 낸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점들이 동력이 되기도 했죠."(송우진)
"10년 지내면서 '작년만 못하대'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확실히 나아가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참 감사하죠. 스스로 이 팀의 팬으로서 앞으로가 기대가 돼요."(성진환)
"멤버들과 더 많이 친해져서 좋아요. 음악이 좋다고 뭉쳐도 헤어지거나 깨지기가 쉬운데 다들 많이 양보해줬죠. 예전에는 '큰 스타가 되겠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겠어'라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모든 상황이 감사해요. 자세히 살펴보면 그간 감사했구나, 좋아졌구나를 느끼거든요."(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