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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곤' 연기중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변화"에 답답함 느꼈다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의 '곤'은 임무 수행 도중 한 아이를 실수로 죽인다. 그런대로 견딜만했던 그의 삶은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다. 킬러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미션에 성공해야 한다. 자신이 죽인 아이의 엄마 '모경'도 죽여야 하는 것.

곤은 모경 앞에서 고뇌한다. 결국 모경을 죽이는 대신 그녀에게 사죄하기로 한다. 곤의 반성은 처절하고, 간절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

곤을 연기한 장동건(42)은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의외였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부터, 진정한 배우로 거듭난 '친구'(2001),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긴 '태극기 휘날리며'(2004),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까지. 그 사이 몇 번의 실패가 있기는 했지만 장동건은 90년대 초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이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톱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미남 배우에게 늘 따라 붙는 연기력 논란 또한 극복해냈던 그다.

장동건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우는 남자'를 선택했다"고 말할 때 '우는 남자'의 곤이 다시금 떠올랐다. 물론 조금은 극단적으로 조형된 영화 속 킬러와 그것을 연기한 배우를 동일시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현재 자기 일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려 한다는 면에서 보면 다를 것도 없다. 어쩌면 장동건이 '우는 남자'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흥행이 안 됐다거나 해서 그런 슬럼프가 온 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갑자기 그렇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연기를 하는 느낌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꼈던 거죠. '이건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청춘스타로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20대를 지낸 장동건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는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다. 이제는 안정을 찾고 연기 삶의 절정을 맛볼 연령에 찾아온 슬럼프는 그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변화"에 답답함을 느꼈다.

"케이블 TV에서 가끔 제가 어릴 때 출연했던 드라마를 할 때가 있어요. 혼자 보면서 얼굴 빨개지고 그러죠. 그런데 그때의 제 모습을 보면 지금의 저한테 없는 게 보이는 겁니다. 뭐랄까 본질적인 거라고 해야 하나요.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때의 제 연기에는 뭔가 본질적인 게 있었어요. 순수함 같은 거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본질보다는 곁가지에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할까요. 그래서 긴 시간 동안 작품을 안 한 적도 있었죠."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게 얼마나 나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일까' '나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나' 같은,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또 "몇 작품은 그렇게 골랐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슬럼프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배우는 그런 슬럼프가 온 줄도 모르고 지나가요. 누군가는 너무 늦게 알기도 하죠. 하지만 전 좀 빨리 알아차렸습니다. 다행인 거죠. 뭔가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순수하게 내가 끌리는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우는 남자'의 시나리오가 제게 온 겁니다."

"남자들의 이야기, 누아르 장르의 영화를 워낙 좋아한다"는 그는 "'우는 남자'는 너무 멋을 부리지도 않았고, 완성도가 있고 설득력 있는 작품이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와는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순히 액션영화가 아닌, 한 남자의 감정이 깊게 담긴 액션영화를 준비했다. "2개월 동안 한 무술 훈련이 물거품이 됐다"는 장동건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연습했는데 감독님이 그게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는 남자'의 액션은 처절한 액션이라면서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죠."

"곤은 반성하는 인물입니다. 아이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인물이죠. 그런데 모경을 보면서 '모성'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을 버린 엄마를 용서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상처를 준 모경에게 사죄하는 거죠. 그래서 액션에 감정이 담겨야 해요. 당연히 스타일리시 액션이면 안 됐던 거죠."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연기의 곁가지에 관심이 많았던 장동건, 스타일리시한 액션에 관심을 뒀던 장동건. 하지만 '우는 남자'를 통해 연기의 본질로 돌아오고자 했던 장동건과 액션에 감성을 담은 장동건은 너무나 닮아있다. 장동건이 다시 연기의 핵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처럼 곤 또한 잊었던 모성을 발견하고 그 모성을 위해 투신한다.

'우는 남자'는 어떻게 보면 장동건이 연기에 복귀하는 과정에 대한 메타 영화로도 보인다.

장동건은 갈수록 "연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아직 그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점점 더 흥미로운 배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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