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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뮤지컬 '캣츠' 6년 만에 내한 공연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캣츠'의 매력은 무엇보다 배우다.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66)의 음악과 배우들이 연기하는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춰 3~7배로 확대·제작된 동화 같은 무대 장치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약 2시간20분 러닝타임 동안 고양이 흉내를 내며 무대는 물론 객석 1, 2층 사이를 휘젓는 20여 배우들의 수고는 대단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1시간 안팎으로 고양이 분장을 한 이들은 20분 간 인터미션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객석을 누비며 관객과 교감한다.

특히 발레를 연상케 하는 고난도의 안무로 발목을 접질리는 등 배우들의 부상도 잦다. 그만큼 배우들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6년 만에 내한공연하는 뮤지컬 '캣츠'에서 '메모리'의 주인공인 '그리자벨라' 역의 에린 코넬은 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안무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나는 댄서가 아니고, 춤에 대해 경력이 없어서 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로 유명한 코넬은 호주 출신이다. 영국에서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히트곡으로 꾸며진 뮤지컬 '보헤미안 랩소디'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캣츠'의 초창기 안무가 질리언 린의 "안무를 안무 자체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고양이 흉내내는 모든 동작을 연기로 받아들이고 나서 조금 더 쉬워졌다"며 웃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섹시한 매력의 '럼 텀 터거'역을 맡은 얼 그레고리도 '캣츠' 안무의 어려움에 대해 동의했다. "신체적인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안무를 근육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 전에도 스트레칭을 해서 움직임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동작을 안무라고 생각하기보다 고양이 몸짓으로 생각해서 움직여야 부담감 없이 표현할 수 있다. 객석으로 갔을 때 관객들이 정말 고양이처럼 대하기도 한다."

노래와 춤뿐 아니라 팬터마임 등 '끼'와 재능 덩어리인 그레고리는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 드림코트'의 요셉 역으로 데뷔, '네일드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두 사람이 안무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탄탄한 이들이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이 작품을 이끌며 '캣츠의 어머니'로 통하는 조앤 로빈슨을 비롯해 '캣츠'를 30년 넘게 이끈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이 영국과 호주, 남아공 등지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10년간 '캣츠'와 함께 한 에마 델메니코 협력안무가는 "안무 실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연이라 안무를 잘 하는 배우들을 주로 선호했다"면서 "일주일에 '캣츠'를 8회 공연하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 배우가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짚었다. "출연진의 나이대가 예전보다 어려졌다. 신체적인 조건이 좋고 준비된 경우가 많다."

'캣츠'는 미국의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토대다. 1년에 한번 열리는 고양이 축제 '젤리클 볼'에 모인 각양각색 고양이들이 새로 태어날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바람둥이 고양이, 악당 고양이, 선지자 고양이 등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중 한때 아름다운 고양이로 '젤리클'의 멤버였으나, 수년 전 더 크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바깥 세상으로 나간 그리자벨라, 젤리클의 멤버 중 최고의 인기남으로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섹시한 고양이 럼 텀 터커가 가장 인기다.

18세 때 뮤지컬 '에비타' 등의 주연을 맡았던 가수 겸 영화배우 일레인 페이지의 그리자벨라를 보고 역을 꿈꿔왔다는 코넬은 '젤리클' 멤버로 돌아오길 원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의 배척을 받는 그녀를 진실되게 표현하고 싶다. 무엇보다 "'메모리'를 부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엘파바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르기도 했다. 한 배우가 '메모리'와 '디파잉 그래비티' 같은 유명 뮤지컬 넘버를 모두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진 엘파바가 자신을 드러낼 때 부르다는 점, 그리자벨라가 젤라클로 되돌아가고 싶어 절실히 부르는 점. 두 곡의 공통점은 진성성"이라고 봤다.

그레고니도 본래 럼 텀 터거 같은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메이크업을 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표현이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을 조련하는 로빈슨 연출의 숙련된 비결이 도움을 준다. 그레고니는 "로빈슨 연출은 캐릭터마다, 또 같은 캐릭터라도 연기하는 배우마다 다른 형용사 3개를 던져주고 연습하라고 주문한다"면서 "이는 비밀이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

항상 고양이를 연구하고 이 동물처럼 행동하려는 것이 '고양이 연기'의 비밀이기도 하다. 협력안무뿐 아니라 컨디션이 난조인 배우를 대신해 앙상블로도 나서는 델메니코는 "정신적으로 고양이를 이입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리허설을 하기 전에 주저 앉아 바닥을 긁고, 혀로 핧고, 몸을 씻는 흉내를 낸다. 거울을 보면서 다양한 표정의 연습을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6월1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자신들도 덩달아 끓어올랐다. 코넬은 "'메모리'를 부르고 나서, 관객의 열광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눈을 빛냈다. 그레고리는 "(영어 공연이라) 관객들이 자막을 함께 봐야 하는데 무대만 바라보고 있었다. 공연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영광이었다"면서 "공연에 심취해 있어서 객석의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도 모를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먼저 공연한 남아공 배우들이 한국이 뜨겁다고 했는데 실제 느끼니 배우로서 기쁘다."

2003년 '캣츠' 예술의전당 공연 때 '빅토리아' 역으로 한국을 찾은 이래 '위키드' 내한공연의 수퍼바이저 등으로 총 6번째 방한한 델메니코는 그간 발전한 한국의 뮤지컬 산업에 대해 놀라워했다. "'캣츠' 공연 당시 내한공연에 대한 성격 자체기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재작년 '위키드'로 다시 왔을 때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후 내한공연이 많이 열려서 '한국판 브로드웨이' 같다는 인식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 뮤지컬 '위키드'와 '고스트' 라이선스 공연을 봤다는 코넬은 "공연의 질이 대단했다. 배우의 성량, 음향, 무대 세트의 질이 특히 뛰어났다"며 놀라워했다.

'캣츠'는 웨버와 4대 뮤지컬을 모두 프로듀싱한 캐머런 매킨토시가 처음으로 협업한 작품이다. 1981년 영국 웨스트 엔드에서 초연, 2002년 5월까지 21년간 8950회 공연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1982년부터 2000년 9월까지 18년간 7485회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는 1994년 첫 선을 보였다. 이후 내한공연과 라이선스 공연 등을 통해 총 120만명이 관람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델메니코는 "신체로 많은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이 없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의 감성을 반영한만큼 지금 공연하려면 변형을 해야 하는데 '캣츠'는 원래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대에 상관 없이 언제든지 사랑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라고 자부했다.

'캣츠'는 13일부터 8월24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볼 수 있다. 서울 공연 후 대구, 부산 등으로 지방 투어를 돈다. 5만~14만원. 설앤컴퍼니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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