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로 통칭되는 범죄, 스릴러 드라마들의 범람 끝에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이다.
드라마는 지난달 전역한 탤런트 지현우(30)를 앞세워 여자들의 판타지를 공략한다. '성격이 살짝 비뚤어진 왕자님(지현우)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나(정은지)를 목숨 걸고 사랑해 준다'는, 어디선가 자주 본 줄기다.
제작사는 드라마의 원형으로 영화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72) 주연 영화 '스타탄생'(1976)과 '화니걸'(1968)을 들었다. 두 작품은 미운오리새끼에서 고니로 거듭나는 여자, 정상의 스타였다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트로트의 연인'도 그렇다. 트로트를 경멸하는 스타 뮤지션 '장준현'(지현우)과 트로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소녀가장 '최춘희'(정은지)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사건과 갈등 속에 두 사람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다는 계획이다.
생계를 위해 트로트 가수의 길을 택한 '최춘희'가 자신을 돕는 '장준현'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일과 사랑 모두 취한다는 드라마의 종착점이 쉽게 그려진다. 이는 그동안 TV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결말이 쉽게 예상되는 로맨틱 코미디는 주연 배우들이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사건과 사고가 극을 속도감 있게 끌고 가는 장르물에 비해 섬세한 감정 연기와 두 사람의 화학작용(케미스트리)이 기대되고 또 필요한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할 인지도 있는 배우가 드물고, 혹 있다고 해도 연기력 검증대에 오르는 역할을 고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트로트의 연인'의 캐스팅은 그런 면에서 반갑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지현우는 2007년 방송된 MBC TV 드라마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동네 백수 '강대구'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바 있다. 함께 출연한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좋았다. 군 복무 후 "연기적인 면에서 누구한테 지고 싶지 않다"는 각오도 장착했다.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21)도 tvN '응답하라 1997'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바 있다. '트로트의 연인'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캐릭터 대신 표준어를 쓰는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한다는 마음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가창력을 드러낸 개그맨 신보라(27)의 합류는 기대를 더한다. 댄스 가수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을 결심한 '나필녀'로 선배라는 이유로 '춘희'를 못살게 구는 캐릭터다.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기를 얻은 탤런트 신성록(32)과 KBS 2TV 드라마스페셜 '사춘기 메들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세영(22)도 각각 소속사 사장과 연습생으로 출연, 극에 긴장을 조성한다.
'트로트'가 드라마의 상투성을 희석하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이재상 PD는 "트로트는 전 세대가 좋아하지 않나? 다 같이 TV 앞에 어울려 앉아서 보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안미녀' '구미호: 여우누이뎐' 등의 오선형 작가가 극본을 쓴다. '빅맨' 후속으로 23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