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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3집 '레드 라이트'로 본격 컴백

그룹 '에프엑스(f(x))'는 온라인에서 '이과그룹'으로 통한다. 팀명이 '함수'를 가리키는 f(x)인데다, 기존의 히트곡들도 이과 과목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누 ABO'는 생명과학, '핫 서머'는 지구과학, '일렉트릭 쇼크'는 물리학, '첫 사랑니'는 의학….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타이틀곡 '레드 라이트(Red Light)'는 광학이라고 갖다 붙인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는 f(x)는 2009년 데뷔곡 '라 차 타'때부터 신선하면서도 독특한 음악으로 주목 받았다. 난해한 노랫말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사운드가 특징으로 '이과그룹'이라는 말이 농담 같지 만은 않다.

다국적 작곡가들이 멜로디를 만들고 매니지먼트사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작곡가 켄지가 노랫말을 붙인 '레드 라이트'는 어번 비트에서 하우스 비트로 몰아치는 리듬의 반전이 인상적인 일렉트로 하우스다. 노랫말에는 잠시 멈춰서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경고를 상징하는 것이 빨간불(Red Light)이다.

'정글 속의 룰 따라 약한 자는 먹혀. 앞으로만 밀어대니 아차하면 밟혀. 눈 크게 떠 거기 충돌 직전 폭주를 멈춰' 등의 노랫말은 사회 비판의 성격을 띤다. f(x)식 사회파 SF다. 2012년과 지난해 잇따라 선보인 '일렉트릭 쇼크'와 '첫 사랑니'로 실험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은 f(x)가 타이틀곡에서만큼은 실험으로 비중을 옮긴 듯하다.

멤버들 역시 강렬하게 변신했다. 해적처럼 한쪽 눈가리개를 쓰는 등 달달한 걸그룹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가리개 모양이 하트로 걸그룹스러움은 살렸다. 원래 f(x)는 섹시함과 발랄함을 무기로 한 그룹이 아니다. 이번에는 한층 깊어졌다. 노랫말과 촌스럽지 않게 일치하는 부부 안무가 키오니&마리엘 마드리드의 작품이다.

총 11곡이 실린 앨범 전체가 이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작업한 테디 라일리와 켄지가 합작한 '밀크'는 독특한 리듬이 돋보이는 어번 R&B 곡으로 멤버들의 성숙해진 보컬을 느낄 수 있다.

바캉스를 떠나는 심정을 신나는 사운드에 녹여낸 록 댄스곡 '바캉스', 연인에게 진심을 뱉어내라는 귀여운 투정을 풀어낸 일렉트로닉 댄스곡 '뱉어내(Spit It Out)', 약한 마음을 종이 심장에 비유한 팝과 컨트리 장르의 퓨전 곡 '종이 심장'(Paper Heart)'에서는 스물 초반에서 중반까지 숙녀들에게 자연스레 밴 발랄함이 느껴진다.

토머스 트롤슨이 참여한 곡으로 몽환적인 사운드의 '나비'(Butterfly)', 다양한 장르의 리듬과 스타일이 믹스된 재기발랄한 일렉트로닉 댄스곡 '무지개'(Rainbow)', 초기 힙합 '올드스쿨'을 연상시키는 드럼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배경음악과 어둡고 불안한 사운드로 드라큘라를 표현한 '드라큘라'는 일렉트로닉 팝그룹이라는 f(x)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멤버 엠버가 작곡에 참여한 '서머 러버'가 실리기는 했지만, f(x)는 SM 기획형 그룹의 대표팀이다. SM 비주얼&아트실 민희진 실장 등이 구상한 콘셉트를 따른다. 콘셉트가 독특하고 참신해도 멤버들이 소화를 못하면, 그저그런 콘셉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f(x) 멤버들은 수용 능력에서 발군이다.

갓 스무살을 넘겼지만 여느 걸그룹 멤버보다 농익은 매력을 자랑하는 크리스탈, 여러 스캔들에도 빼어난 외모로 무대에만 올라가면 마음을 풀어지게 하는 설리, 카리스마가 부쩍 강해진 루나, 늘씬한 몸매와 다양한 이미지로 그룹의 중심축을 잡는 빅토리아, 그룹의 뒷편에서 묵묵히 음악적 기량을 쌓고 있는 엠버…. 평범한 소녀·숙녀의 이미지였다가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함수 방정식처럼 예상 못한 모습을 펼쳐놓는 멤버들의 성장을 확인 가능한 앨범이다.

전작인 정규 2집 '핑크 테이프'가 완성도 등 콘셉트 면에서 워낙 탄탄했던 터라 3집 '레드 라이트'가 약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나 f(x)가 정상 궤도에 오른 뒤 고도를 유지하고 있는 걸 증명한 앨범이라 만족할 만하다. 다양한 함수 방정식을 거친 끝에 난해한 공식을 대중이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

f(x), '레드 라이트' 켜고 정상궤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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