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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클라운, 이 여섯이 더욱 잘되지 못하면 공정가요계 아님

여섯 광대 ‘씨클라운’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4월이다. 미니앨범 ‘흔들리고 있어’로 무대를 누비며 가요계 정상을 바라보던 여섯 멤버의 눈빛을 기억한다. 그들은 당시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즈(League Of Legends)’를 즐기고 있었다.

“연예인 게임리그가 있다면 우리가 1위를 할 수 있을 것”, “게임채널에 나가서 예능감과 게임 실력을 뽐내고 싶다”며 당당하게 말했지만, 후속곡 활동을 조기에 접었다. 정상은 아득했지만, 분명 상승세를 탔던 그들을 멈추게 한 건 걸출한 가수들을 배출한 예당엔터테인먼트 소속사 대표의 개인사였다. 씨클라운은 지난해 6월 소속사 대표를 잃었다.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롬)

그들을 다시 본 건 지상파 가요프로그램에서다. TV 속 씨클라운은 ‘암행어사’의 난도 높은 안무를 소화하면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중독성 강한 게임을 내려놓은 게 분명했다. ‘놀 때는 놀면서 할 때는 또 하는구나’하고 감탄했지만, 대중의 호응은 미미했다.

7월, 미니앨범 ‘나랑 만나’를 발표한 씨클라운을 다시 만났다. “앨범 발매에 앞서 대표님을 찾아뵀어요.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었죠”(시우), “공백기에는 연습실에 장비를 사다 두고 작곡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가수 생활을 하면서 제 무기가 되지 않을까요.”(레이)

지난 1년을 보내며 훌쩍 자란 듯, 진지한 표정이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출연을 결정한 강준(20)은 특히 그렇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어디에서나 열정이 있죠.”

오해였다. 그들은 여전히 또래를 닮았다. 그동안 다수의 아이돌그룹을 만났지만, 이들만큼 자유분방하게 서로 어울리는 그룹을 본 적이 없다. “마루는 지금이 가장 못생긴 시기”라고 그룹 막내를 놀린 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포장하고, 마루(17)가 “기르는 개가 뛰어다니면서 오줌을 싸 걱정”이라고 말하면 형들이 “주인을 닮아서 그렇다”고 농담하는 식이다.

“만약 유닛 활동을 한다면 제가 솔로로 나서고 나머지 멤버들을 백댄서로 세우고 싶어요.”(롬)

이들을 인터뷰할 때는 집중해야 한다. 재기발랄, 유쾌한 이들의 매력에 빠져있다 보면 온갖 가십으로 시간이 간다. 어느 때보다 신곡 홍보에 열을 올려야 하는 시기지만, 투닥투닥 애정이 듬뿍 담긴 농담이 한참 이어진다. 서로에 대한 신뢰, 서로의 실력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말들이다.

물오른 외모를 뽐내는 티케이(19)가 인터뷰의 중심을 잡았다. 동명의 타이틀곡 ‘나랑 만나’를 소개했다. “예전 노래와는 다르게 좀 어린 느낌을 줬어요.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게 노래를 만들었어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흔한 동네 오빠인데, 그중 조금 잘생긴 오빠였으면 좋겠네요.”(티케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남자는 만나지 말라는 가사의 곡이다. 유명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암행어사에 이어 곡을 만들었다.

잘 생긴 건 얼굴만이 아니다. 탄탄한 몸매도 뽐낸다. 롬(24)은 뮤직비디오 촬영 중 잠깐 옷을 벗었다가 ‘3D 복근’이라는 이름으로 뮤직비디오를 홍보하는 데 사용될만큼 격렬한 춤을 췄다. “힘들었어요. 누구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제가 호주에서 왔는데 거긴 편해서 다들 벗고 다녀요.”(롬)

가만히 웃고 있던 티케이가 짐짓 다시 목소리에 힘을 줬다. 데뷔 후 상승세가 더딘 씨클라운을 가요계란 ‘대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이제는 ‘대리’에서 ‘과장’이 되는 단계라고 표현했다. “일 잘하는 대리라 과장이 될 희망을 보고 있는 거죠.”

강준도 “인터뷰마다 다른 비유를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더했다. “나무는 천천히 자라면서 꽃을 피우잖아요. 저희도 천천히 성장하면서 꽃을 피우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 강준의 성격을 아는 나머지 모든 멤버들이 그의 진중함에 웃음을 터뜨렸다. 꽃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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