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고 그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음악의 가치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음악은 다 소중해요."
1988년 데뷔한 가수 신효범(48)은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사랑을 키워왔다. 뚝딱 만들어 낸 노래, 관광버스에서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음악도 행복한 표정으로 말한다. "음악이라는 게 깊이 있고 탁월해야만 존재가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신효범은 자신이 부른 곡을 '아이들' '걔네들'로 칭했다. 그들의 '생명력'을 걱정하고 '기회'를 생각했다. 2006년 정규 9집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이후 10년에 가까운 기간이 흘렀지만, 정규 10집이 요원한 이유다.
"디지털 싱글을 지속해서 발매할 예정이에요. 발표된 곡들을 모아서 미니 앨범을 내는 걸 계획 중이죠. 정규 앨범으로 발매하면 타이틀곡 말고는 생명력이 없는 거 같아 너무 아깝더라고요. 시스템적으로도 타이틀곡 외의 곡은 주목받기 어려워요. 걔네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거죠. 애들을 살려보고 싶어요."
곡의 생존을 말한다는 건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의미다. 과거 시스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만났던 '아이들'을 돌아보며 들었던 생각이 변화를 이끌었다.
"새 앨범을 만들기 전에 예전 곡들을 들으면서 목소리 톤이나 볼륨을 조절해요. 예전 곡들을 듣다 보면 살리지 못해 미안한 노래도 있고, 아쉬운 노래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후회가 싫었어요. 막상 누가 앨범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딱히 내놓을 앨범이 없었죠."
후회에 머물 성격이 아니다. 신효범이 후회 없이 역량을 쏟아 정규 9집을 내놨다. "9집은 신효범이 음악으로 그릴 수 있는 건 이런 것이라고 던져줄 수 있는 앨범이죠."
특히 '좋은 사람'은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이다. "'좋은 사람' 같은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녹음할 때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감정을 노래하는 테크닉을 가진 사람으로 살다 보니 감정이 조여드는 느낌이 잘 없었는데, 그런 감정이 왔던 곡이죠. 녹음 중간에 울음을 쏟고 다시 녹음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부르면서 저를 힐링한 노래죠."
최근 발표한 싱글 '시간이 됐다면'도 특별한 아이다. 암 투병 중이던 셋째 형부를 떠나보낸 신효범은 '시간이 됐다면'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낸 사람들의 슬픔을 절제된 가창으로 표현한다.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이 힐링되는 걸 느꼈거든요. 독백처럼,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죠. 저뿐만 아니라 최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많잖아요. 그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누군가를 잃은, 남은 자들의 허한 마음을 표현한 뮤직비디오가 감정을 배가시킨다. "뮤직비디오를 갑작스럽게 부탁해서 찍었어요. 나름 이 분야에 프로인 친구였는데 시간 압박 때문에 고민이 많더라고요. '누구나 겪는 일이 사별이니 편하게 풀자, 슬픔을 슬픔으로 이야기 하지 말자'고 이야기해줬죠. 결과물에 만족하고 있어요."
오랜 경력에도 새로운 결과물,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산다. 작곡가들에게 입버릇처럼 곡을 청하고 후배들의 노래에 코러스로 서기를 자청하는 모습이 신효범을 말한다. 신효범은 여전히 음악이 고프다.
"데뷔 25주년 공연요? 안 했어요. 그런 걸 꼭 해야 하나요? 한 50주년 때 하면 안 될까요. 20대부터 70대까지를 아울러서 말이에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무슨 정산인가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