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 가운데 '던힐', '메비우스' 등 일부 외산 담배는 가격이 오르지 않아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 담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2700원에 판매되고 있어 1일 부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오히려 담배 공급량은 줄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편의점은 담배 제조사들이 공급량을 20% 수준으로 줄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담배제조사들은 일부 소매점에서 가격 인상 후 담배를 팔기 위해 담배를 숨겨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5일 A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편의점당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나 줄었다. B편의점도 전년 동기 대비 25.1% 감소, 전주 동요일 대비 50.3% 감소했다.
가격이 인상된 KT&G와 필립모리스는 68%나 판매가 줄었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 코리아)와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코리아(JTI 코리아)의 판매량은 오히려 73%나 늘었다.
기존에 KT&G나 필립모리스의 담배를 구입하던 고객들도 2000원이나 가격차이가 나자 BAT와 JTI의 담배를 구입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3위, 4위 업체로 다소 늦은 가격 인상을 통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BAT와 JTI가 이번주 내로 기획재정부에 가격변경 신고를 하면 다음 주부터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 시행령상 담배 제조회사가 판매가격을 변경하기 위해선 판매 개시일로부터 6일전까지 기재부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담배 업계는 BAT와 JTI가 가격신고를 늦춘 것은 "본사와의 가격 정책 조율이 늦어진 것"이기보다는 "이를 통해 기존 재고를 줄이고 점유율을 올리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가격변동 신고를 하지 않은 외산 담배들은 1월1일 이전 출고분에 대해 추가된 세금인상분(2000원)을 적용받지 않고 지난해 기준(1550원)으로 조세를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갑자기 편의점에 공급량을 줄인 것도 지난해에 출고된 제품만 판매하다보니 물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담뱃값 인상안은 공장에서 1월1일 이후 출고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2700원에 판매하더라도 지난해에 출고된 제품은 1550원만 세금을 내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실제 판매되는 담배가 1월1일 이전에 출고된 것인지, 이후에 출고되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 '아슬아슬한 줄타기'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BAT와 JTI 등 일부 외산 담배 업체들은 공급량을 줄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제품이 판매되면 인상된 세금인 450원 만큼 더 내야하기 때문에 많이 팔릴수록 수십억원의 손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JTI 관계자는 "편의점 점주들이 던힐과 메비우스를 판매하지 않고 숨겨두고 있다가 가격이 오르면 그때 판매해 차익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담배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G와 필립모리스 관계자들도 BAT와 JTI가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을 두고 점유율 높이기를 위한 내부 가격 정책으로 보고 있다.
필립모리스 고위 관계자는 "과거 10여년 전에도 BAT가 일주일 늦게 가격을 인상한 적이 있다"면서 "2011년에도 갑작스럽게 선제적으로 200원 올린 적이 있어 이들 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