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배업계가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오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 택배진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박재억 택배협회장은 "농협이 택배시장을 공멸로 몰고가고 있다"며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택배 시장 규모는 약 15억100만 상자(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는 16억 상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 성장과 해외직구 등 구매 행태 다변화 등으로 택배 시장은 시장 성장을 거듭하는 추세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시장 규모 성장에 따른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택배요금은 지난 2000년대 초반 4700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400원대까지 떨어졌다. 택배업체간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현재 국내 택배 업체수는 18개 이상. 최근 롯데, 쿠팡 등 유통업체들도 직접 배송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농협이 가세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요금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협회측의 주장이다. 이미 일부 중소업체들은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박 회장은 농협이 정부지원을 받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농협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아니라 농협법을 적용받는다"며 "각종 세제감면, 규제 예외적용,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아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협의 시장진출은 단가 경쟁으로 이어져 민간업체들의 줄도산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농협은 우체국 토요일 휴무에 따른 농산물 직거래 시장 배송난이 발생하고 있다는 시장 진출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택배업계는 "우체국의 농·수·산물 토요일 물량은 전체 택배사 취급물량 중 1%도 되지 않는다"며 농협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이미 택배업계는 택배기사를 중심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1일부터 225대 택배차량은 '농협 택배사업 진출 반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서울 주요 지역에서 운행을 시작한 상태다.
한편 농협은 조만간 택배업체 진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중소 택배업체 중 적당한 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 중이다. 또 이달 말께 택배 시장 진출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