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정산 과정에서 빚어진 납세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검토중인 세제 개편 방안에 대해 조세 전문가들은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소득계층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 등을 고려해 세금 부담이 적정화되도록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자녀수·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라는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세제 개편의 영향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다자녀 가구에 대한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3년 세법 개정을 통해 폐지했던 6세 이하, 출생, 다자녀추가공제 등 인적공제를 다시 도입하거나 자녀 수가 많은 가구에 대한 혜택이 늘어나도록 세제를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위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관련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세액공제율 12%를 일정 부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새누리당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출산대책과 관련해 둘째 아이, 혹은 셋째 아이에 대해 특별히 더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도 "다자녀 가정, 독신 가구는 예상보다 축소액이 큰 것 같다"며 "중산층 이하에서 예상보다 축소 문제가 크다면 그 부분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조만간 세재 개편을 위한 당정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세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이 당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섣불리 감세를 얘기했다가는 복지 지출이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충수'가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가 줄어드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고 연말정산 문제는 세금을 제대로 떼도록 하면 되는 문제"라며 "정부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진단을 잘못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등 노후 대비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자녀와 관련된 부분은 공감이 가지만 노후 대비 부분은 안 맞는 얘기"라며 "지금 반발하고 있는 분들의 화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저소득층은 현실적으로 미리 노후를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세액공제로 바꾼 것은 여유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겠다는 취지였는데 반대 방향으로 다시 바꾼다는 것이어서 좋게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