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식(52)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의 검찰 체포소식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시민단체의 위기'라는 우려감과 함께 비판적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4일 서울중앙지검은 장 대표를 수억원대 금품 수수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난 2011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매각'건을 더 이상 문제삼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수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가 국내 은행 등을 상대로 다시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외국 투기 자본의 '먹튀(먹고 튀었다)'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다.
실제로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3억원에 인수했다가 2012년 하나은행에 되팔면서 4조7000억원의 이득을 올린 바 있다. 또 외환은행 인수 후 중간배당을 실시해 막대한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같은 론스타의 행위에 대해 '먹튀'라고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인물이다. 때문에 장 대표의 체포소식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사회민주주의연대 이종화 운영위원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훌륭한 일도 많이 하고 다른 시민단체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 단체"라며 "(사실이라면)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인 론스타를 공격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받았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른 단체의 대표나 활동에 대해서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 수사 시작 단계이니 법원 판결을 봐야겠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뉴스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시민단체에는 큰 위기"라며 "이런 상태에서 시민단체가 국민들에게 '우리를 믿어주십시오. 우리가 제안하는 대안을 신뢰해주세요'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공공성과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며 "이게 훼손된다면 일개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단체 전반의 위기적 상황으로 엄정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장 대표는 지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외환카드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1999년에는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2001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서울 동대문 지역에 출마한 경력도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의 창당준비조직이었던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같은해 4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국내에 진출한 투기자본에 대해 감시활동을 벌이는 단체다. 투기자본으로 인해 시민의 삶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2004년 8월 설립됐다.
이들은 투기자본을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공익을 저해하는 '사회의 공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투기자본이 주주 자신만의 이윤확보에 치우쳐 있어 생산적 분야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기는 커녕 대량해고와 고배당, 자산매각 등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기업활동을 지속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는 논리다.
이에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 '먹튀' 주장 제기 뿐 아니라 ▲'공매도 폐지'를 위한 10만 시민 청원서, 금융위 제출 ▲동양그룹 기업어음·회사채 사기사건 비판 ▲김앤장 일가의 땅 투기 비판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이사회, 배임죄 고발 등 투기자본에 대한 정부규제 강화 촉구, 투기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 투쟁 지원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장대표의 거액 금품수수와 체포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그 동안 쌓아왔던 '명성'에 상당부분 금이 가게된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시민단체는 공공성,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분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데 이게 훼손이 된다면, 일개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단체 전반의 위기적 상황으로 엄정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