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18일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을 앞두고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결제를 조기집행하는 등 상생경영에 나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설 명절을 맞아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협력회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협력회사 물품대금을 1주일 정도 앞당겨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규모는 7800억원이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17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삼성은 또 설을 맞아 2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 설 연휴동안 회사 사업장에 출근해서 근무하는 일부 임직원들과 협력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LG는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회사의 자금 사정을 돕기 위해 1조1000억원 규모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한다.
명절을 맞아 원자재 대금 결제나 상여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일시적으로 몰리는 중소 협력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LG는 LG디스플레이가 약 5000억원을 조기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9개 주요 계열사가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대금을 설 전인 6일~17일 사이에 협력회사에 일괄 지급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LG 역시 전통시장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할 계획이다. 지난 해에는 설과 추석을 합쳐 170억원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협력회사와 직원들에게 지급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조2300여억원을 협력사 자금지원금으로 책정, 당초 납품대금 지급일 보다 앞당겨 설 연휴 전에 지급키로 했다.
이번에 혜택을 받게 되는 협력사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4사에 부품 및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2000여개 협력사들로, 예정 지급일 대비 최대 일주일 앞당겨 대금을 지급받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납품대금 조기지급이 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임금과 원자재 대금 등 명절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가중되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 3차 협력사들도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1차 협력사들이 설 명절 이전에 2, 3차 협력사들에 납품대급을 앞당겨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SK그룹은 평소 중소 협력업체들에 10일 가량 빨리 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이라고 조기 집행을 하지 않지만 이 기간 동안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풀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설을 앞두고 경기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중소 협력회사에 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등 총 1430억원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했다.
한화 방산부문 및 기계부문, 한화케미칼, 한화첨단소재, 한화건설, 한화S&C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중소 협력업체에 지급할 대금 약 1170억원을 설 연휴가 시작되기 이전에 지급한다. 또 약 60억원 규모의 지역 특산품을 구매, 고객 및 협력업체 직원 등에게 선물로 증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 내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는 차례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포스코도 설 연휴전 외주 파트너사와 자재공급사, 공사 참여기업 등 거래기업에 공사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2차례만 지급하던 자재, 원료 및 공사 대금을 11~17일까지는 매일 지급하고 그간 월 단위로 정산해 다음 달 초에 지급하던 외주 파트너사의 협력작업비 및 용역비도 13일에 지급한다.
LG유플러스는 중소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 140억원의 납품 대금을 설 연휴 전에 현금으로 조기 지급키로 했다.
납품 대금을 미리 받을 협력사는 무선중계기 제조업체, 유선 네트워크장비 제조업체, 네트워크 공사업체, IT 개발 및 운영 업체 등 총 480여곳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월부터 모든 중소협력사에 대한 어음 발행을 100% 현금 지급으로 전환했다. 대금지급 기일도 10일 이내로 단축시키는 등 결제 조건을 개선해 협력 업체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설 연휴를 앞두고 협력 중소기업들에게 상품대금 지급을 앞당기는 등 지원에 나섰다. 대기업 협력업체 지급분까지 포함하면 이번 설 연휴에 앞서 4개 대형 유통업체가 결제하는 대금 규모만 1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설을 앞두고 침체된 내수경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파트너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상품대금 4000억원을 설 연휴 전에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롯데백화점(3000억원)과 롯데마트(500억원), 롯데슈퍼(100억원), 롯데홈쇼핑(300억원), 코리아세븐(60억원) 등 5개 계열사의 파트너사 1100여 곳이 자금 부담을 덜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총 1500억원 규모의 결제 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올해 대금 지급일인 20일이 설 다음날이라 3일 앞당겨 17일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926개 협력업체에 500억원을, 현대홈쇼핑은 2873개 협력업체 대상으로 450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현대그린푸드·현대리바트·한섬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들도 이번 조기 지급 대상에 함께 포함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설을 맞아 직원 상여금 등 지출비용 증가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 수요 해소를 위해 조기 지급을 결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경우 당초 결제일이 매월 10일로 설 연휴 전 대금 지급에 문제는 없다. 오는 10일 신세계가 지급할 상품 대금은 백화점 3000억원, 이마트 2800억원 등 5800억원이다.
홈플러스도 대기업을 제외한 4600여개 중소 협력사가 약 2620억원의 대금을 설 전에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달 대금 지급일은 업체별로 5∼25일이지만, 최대 10일 이상 앞당겨 지난달 26일부터 지급해 16일까지 모든 대금 결제를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