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순방에서 거둔 경제성과는 381억달러에 달하는 건설사업의 수주 기반을 마련하고 양국간 강점을 활용한 투자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해외건설 진출 50년을 맞는 올해 제2의 중동붐을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의 첫 걸음인 셈이다.
◇ 쿠웨이트 각종 국책사업 진출 추진 모색
쿠웨이트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제2위 플랜트 수주시장으로 지금도 세계 최장 해상교량인 자베르 연륙교 등 핵심 국책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다수 참여중이다.
청와대는 이에 더해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신규 정유공장 건설사업(78억달러) ▲쿠웨이트 메트로(220억달러)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연결철도망(18억달러) ▲움 알-하이만 하수처리 시설(15억달러) ▲신도시건설(50억달러) 등의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선 양국은 이날 낮 박 대통령과 사바 알-아흐메드 알-자베르 알-사바 국왕의 임석하에 '교통 인프라 구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속철 등 교통 인프라 건설과 운영에 대해 양국이 협력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철도시설공단이 참여를 추진중인 쿠웨이트 메트로, GCC 연결 철도망 등 238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교통인프라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양국은 '신도시 개발 협력 합의의사록(MOM)'도 체결한다. 우리나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쿠웨이트의 신도시 개발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정책자문 등을 지원한다.
쿠웨이트는 2020년까지 17만5000가구 규모의 신도시 개발을 추진 중인데 이번 MOM을 통해 우리 기업의 참여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낮 사바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쿠웨이트가 추진 중인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를 당부하는 등 측면지원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쿠웨이트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사업은 쿠웨이트시티에서 남쪽으로 90㎞ 떨어진 알주르에 들어설 신규 정유시설 프로젝트(NRP)다. 하루 61만5000배럴 규모의 정유시설을 건설하는 이 사업은 현대, 대림, SK, GS, 한화, 삼성 등 다수의 한국기업이 참여를 추진 중인데 총 140억달러 사업 중 78억달러 상당의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쿠웨이트시티 남동쪽 50㎞ 지점에 들어설 예정인 움 알-하이만 수처리시설 프로젝트 역시 박 대통령이 우리 기업의 참여에 대한 관심을 요청함에 따라 수주 여부가 주목된다.
◇ 에너지 보건 등 양국 강점 활용한 투자 모델도 추진
박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양국간 강점을 활용한 투자 모델이 추진된 것도 중요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 양국간 무역규모는 188억달러에 달한 데 반해 그동안의 누적 투자액은 6000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협력은 미미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참석한 한·쿠웨이트 비즈니스포럼에서 SK가스가 쿠웨이트석유화학(PIC)와 투자유치 MOU를, 한·GCC경제협력펀드(KGF)가 쿠웨이트산업은행(IBK)와 투자진출 MOU를 각각 체결함에 따라 우리가 가진 기술과 쿠웨이트의 에너지·자본을 결합한 투자협력 모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K가스-PIC간 체결된 MOU는 SK어드밴스드 주식 일부를 PIC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SK가스는 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프로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PIC는 프로판 판매처와 제3국 공동진출 기회를 확보하게 된 의미가 있다.
KGF-IBK간 MOU는 식품 포장이나 테이프용 필름인 BOPP 합작공장을 설립하는데 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쿠웨이트의 정유과정에서 나오는 폴리프로필렌 등 에너지 자본과 한국의 BOPP 가공기술력을 결합한 좋은 투자협력 사례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바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존 에너지 및 건설·플랜트 분야 위주의 협력 강화 뿐만 아니라 ICT, 보건의료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쿠웨이트가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해 만든 국가개발계획인 '쿠웨이트 비전 2035(Kuwait Vision 2035)'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석유화학·금융·보건·교육 등 비(非)석유산업을 중점 분야로 육성중인 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건·의료 협력 MOU'를 체결, 협력 다변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매년 3000여명의 환자를 해외에 보내고 있는 쿠웨이트와 환자송출, 의료진 연수, 병원건설·운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MOU가 체결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마을 모델'을 쿠웨이트에 수출하는 길도 열렸다.
한국전력공사와 쿠웨이트 과학기술원(KISR)은 비즈니스포럼을 계기로 '스마트그리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수요급증과 발전투자 지연 등으로 예비전력이 부족한 쿠웨이트에 전력저장장치와 신재생에너지를 결함한 에너지 자립마을 모델을 보급한다는 내용으로 우리나라가 신성장동력으로 집중육성 중인 에너지 신산업의 본격 수출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