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朴대통령, 국산 '할랄식품' 중동진출 교두보 마련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서 거둔 경제성과는 국산 '할랄(halal)식품'의 첫 중동시장 수출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한류 문화콘텐츠 확산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기존 건설·에너지 협력과 더불어 양국간 협력을 '식품'과 '문화'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까지 확장한 의미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낮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총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할랄식품·농산물 중동 첫 진출

 할랄식품은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이 경전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으로 엄격한 공정과 깨끗한 식재료 관리가 요구된다. 할랄식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2년 가준 1조880억달러로 2018년에는 전체 식음료 시장의 14.4%에 해당하는 1조626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전망이 매우 높은 산업이지만 중동 현지시장에 대한 정보부족과 현지 소비자의 한국식품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에 많은 애로가 있었다. 실제 걸프지역에 대한 국내식품의 수출규모는 2013년 기준 2억3000만달러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비(非)할랄식품인 담배와 커피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할랄식품 관련 정보공유와 인증체계 마련, 한국 내 할랄푸드 테마파크 조성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할랄식품 MOU'가 체결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세계 할랄식품 시장 진출을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

청와대는 이번 MOU를 통해 지난해 6억8000만달러에 그친 우리의 할랄식품 수출 규모를 2017년까지 12억3000만달러로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할랄식품 전문연구팀'을 신설, 장(醬)류 식품의 발효과정에서 중동 국가들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알콜을 제거하는 방안을 연구하면서 수출 할랄식품의 품목 다변화도 돕는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내에 전용단지를 조성해 해외 할랄식품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시장정보와 식문화 교류·협력을 통해 국내 외식기업의 중동권 진출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양국 정상은 '농업협력 MOU'도 체결, 농업과 식품정책에 대한 정보교환과 협력을 강화하고 농업 및 식품산업을 공동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중동국가와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간 협력채널을 구축한 첫 사례로 중동지역에 우리 농업의 진출을 위한 협력기반을 확보한 의미가 있다.

UAE는 농업에 부적합한 지리·기후적 특성으로 농산물 소비량의 82%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UAE의 높은 인구증가율과 소득증가세 등 시장성을 감안하면 농업 분야의 협력 잠재력도 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번 MOU를 바탕으로 한·UAE 농업협력채널을 구성, 농업과 식품산업 관련 협력을 지속하면서 UAE와 여건이 유사한 중동지역에도 진출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중동 지역이라는 큰 시장에 우리의 품질 높은 할랄식품과 농수식품이 여러 가지 좋은 재원을 갖고 진출한다면 농업뿐만 아니라 각종 식품, 축산업, 수산업까지도 큰 혜택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원 설치…한류 중동확산 거점 마련

'문화원설립 MOU' 체결을 통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중 처음으로 한국문화원을 설립하고 문화콘텐츠 공동개발을 추진키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한류문화를 중동권 전체로 확산시키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UAE는 2000년대 이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증가하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그동안 양국 정부 차원의 문화 교류는 거의 없었다.

아부다비에 들어설 한국문화원은 한국어·태권도·한식 강좌, 한국도서 자료관, 한국문화체험, 영화상영 등을 통해 종합적인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안 수석은 "UAE는 문화콘텐츠 측면에서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라며 "UAE에 한국이 그동안 갖고 있던 문화산업 분야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협력함으로써 세계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플랜트 제3국 공동진출키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오랜 기간 협력해 온 에너지·플랜트 분야의 협력을 고도화하고 제3국 공동진출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UAE는 우리나라의 원전을 처음으로 수입한 나라로서 그동안 양국 협력은 한국형 원자로가 설치된 바라카 원전 건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원전 서비스산업 공동육성'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원전 건설 못지 않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원전 운영, 유지보수, 안전점검 등에서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UAE 및 제3국 대상 원전 서비스산업 진출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제3국 원전사업 공동진출 MOU'도 체결, 원전 수주 경쟁력도 강화했다. 제3국 원전 진출시 재원조달, 건설, 인력양성 등 협력 상대국과 우선 협의하고 상호 협조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최근 미국-일본, 프랑스-일본, 프랑스-중국 등 원전 수주를 위한 국가간 연합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양국 석유공사 간에는 '유전개발 기술협력 MOU'도 체결, 석유를 주고 받는 일방적 관계에서 공동으로 자원개발에 나서는 호혜적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달 초 UAE와 공동개발중인 현지 3개 광구에서 우리가 UAE에서 수입해오는 1년치 원유에 해당하는 1억배럴 이상의 잠재 매장량이 확인됐는데 이번 MOU를 통해 해당 광구의 생산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이밖에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UAE의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참여 협조를 요청함에 따라 ▲에티하드 철도 2단계(40억달러) ▲에티하드 철도 3단계(56억달러) ▲후자이라 정유공장(50억달러) ▲아부다비 메트로(70억달러) ▲타카몰 아로마틱스(15억달러) 등의 수주가 기대된다.

◇보건·의료 협력 업그레이드

 모하메드 왕세제가 많은 관심을 보인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왕세제는 지난해 2월 방한 당시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우리 의료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는 등 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성모병원은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UAE 보건의료사업의 지주회사인 VPS그룹과 두바이 검진센터의 건립 및 운영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또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UAE샤르자보건청과 '보건협력 이행약정'을 체결하고 샤르자대학 병원내 소아암센터의 구축 및 위탁운영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UAE는 아부다비 보건청 산하 마프락병원에 한국 송출환자를 대상으로 사전검진과 사후관리 등을 지원하는 센터를 설치키로 해 우리나라의 해외환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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