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브로맨스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저는 사실 사랑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죠."

2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언론시사회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설경구가 "이번 영화는 브로맨스보다 더 진한 관계가 있었다”며 "임시완, 사랑한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임시완에 대해 "워낙 바른 친구라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경구와 임시완이 호흡을 맞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교도소 안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범죄영화다. 설경구는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 임시완은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 역할을 맡아 서로 신뢰를 쌓으면서 범죄에 가담하는 내용을 다뤘다.

그러나 단순히 범죄영화라고 한정짓기엔 뭔가 다른 느낌들이 숨어있다. 감독이 많은 공을 들인 미장센과 느와르적인 영상을 사이로 자칫 정형화된 틀에 갇힐 수 있는 인물들은 마지막까지 고뇌하면서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두 남자의 교감과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들이 영화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변성현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도 저마다 영화에 담긴 감성을 먼저 이야기한다.

변 감독은 "사실 남성 투톱의 범죄영화는 많은데 차별점을 스타일에 두고 싶다고 했다"며 "저는 이 영화를 계속해서 멜로영화라고 얘기했다. 사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 느와르보다는 멜로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할까도 생각했죠."

그러면서도 느와르 영화의 축축함과 경쾌함도 동시에 노렸다. 변 감독은 자신도 홍콩영화 마니아임을 숨기지 않았다. "비디오테이프를 쌓아놓고 봤을 정도로 좋아했죠."

임시완 역시 평소에도 한참 연배가 위인 설경구를 '형'이라 부를 정도로 교감을 주고받았다.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예요."

주로 악역을 선보여온 김희원은 오히려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을 보내는 역을 맡았다. 김희원은 "이 영화에서 설경구 형님을 사랑하는 것을 가장 키워드로 삼았다"며 "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나쁜 짓도 하고, 거칠지도 않은데 거친 척 하고 그런 역할"이라고 했다. "사랑하면 안 들키려고 하잖아요. 그런 점에 집중하려고 한 것 같아요. 쳐다볼 때도 힐끗 보고."

그동안 주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여온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서 오히려 옆모습을 주로 보여주면서 이전과는 다소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그동안 저는 옆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았던 배우인것 같은데 감독님이 제 옆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에 변 감독은 "옆모습을 보면서 많은 느낌 받았다"며 "복잡한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침 올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터라 이번 영화에 대한 출연진들의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칸에 초청된 게 이번이 4번째인 설경구는 "일정이 닿는대로 짧게라도 갔다오려고 한다. 오랜만에 가는 칸이라서 기대도 된다"며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어제 이창동 감독님을 만나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때는 다 오는 영화제인줄 알았죠. 그땐 영화를 시작한 초반이어서 분위기를 잘 몰랐는데, 이번엔 짧게 가더라도 눈에 많은 것을 넣고 오려고 합니다."

김희원도 "저는 처음이라서 개인적으로라도 가려고 했다. 꼭 간다"고 했다. 다만 군 입대 전 이번이 마지막 영화인 임시완은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드라마 작품을 하는 것도 있고 국방의 의무를 하기 직전이라서 가려면 일단 조율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차근차근 조율해 가능하다면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