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서현정 기자] 국내 증시가 22개월 만에 2000선을 하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신규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의 자진 공모 철회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의 경우 시장 흐름의 영향을 받는 만큼 IPO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드림텍, 프라코 등 철회신고서 제출…바디프랜드는 상장 연기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자부품 제조기업 드림텍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을 철회한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1998년 설립된 드림텍은 2007년 비메모리 반도체 유통업체인 유니퀘스트에 인수된 후 모바일 인쇄회로기판 모듈(PBA)을 바탕으로 지문인식 센서 모듈, 자동차 LED 모듈 등으로 사업영역을 늘려왔다.
김학섭 드림텍 대표이사는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였던 기업공개 철회는 면밀한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8일에는 자동차용 플라스틱 부품 및 금형 전문기업 프라코가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프라코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현재 증권시장에 따라 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9월에는 에이치디씨아이서비스가 철회 신고서를 내고 상장을 미뤘고 대어급 IPO 기업으로 분류되던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도 상장을 철회했다. 하반기 상장이 예상되던 바디프랜드도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조율했다.
◇증시 부진 영향…코스피, 22개월 만에 2000선 하회
IPO 기업들의 상장 철회가 늘어나고 있는 데는 증시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IPO 기업들은 상장을 준비할 때 비슷한 업종 및 기업들의 주가, 시가총액 등을 비교해 공모가 밴드, 공모 규모 등을 결정한다.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비교 기업들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상장 시 평가 가치가 절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 10월 한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13.4% 급락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전날보다 1.53% 급락한 1996.05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22개월 만에 2000선을 하회했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20% 이상 하락해 600선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달 새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260조원가량 증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교 대상인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상장되는 기업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는 어렵다"며 "증시 약세가 최근 공모시장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부진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도 한몫했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진 만큼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관망하려는 심리가 커진 것이다.
10월 새롭게 증시에 상장한 7개사 가운데 1개사(옵티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초가 아래로 하락한 상황이다. 공모가와 비교해도 4개사의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IPO 시장 위축"…'울며 겨자먹기' 식 상장
전문가들은 증시가 조정장에 돌입할 경우 IPO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IPO 관계자는 "IPO 시장은 증시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기업에게 IPO를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진행도, 철회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요예측까지 진행된 상태라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도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철회를 하고 싶지만 이미 상장 준비를 본격화한 만큼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황세운 연구원도 "증시가 부진할 때 IPO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