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매도 토론회, 폐지해야vs처벌 강화해 유지

김병욱 의원, 국회서 공매도 토론회 개최


[파이낸셜데일리=서현정 기자] 국내 증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매도 제도를 놓고 공방이 뜨겁다. 개인에 불리하고 기관과 외국인에 유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반면 공매도 제도는 증시 거품 제거 등의 순기능이 있는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단 현 공매도 제도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그 개선책이 실효성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보완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또 공매도 제도 위반 시 과태료 상향, 영업정지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식으로 이뤄진다. 


공매도는 증시가 과열된 경우에 주가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합리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발휘해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이뤄지는 경우 주가 추가 하락을 가속화해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거나 시세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어 각국에서는 공매도에 일정한 규제 및 제한을 가하고 있다.


먼저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의정 희망나눔 주주연대 이사는 "참담할 정도로 자본시장 시스템이 부실하다"며 "특권층인 공매도 세력의 불법을 바로 잡고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공매도 금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배동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주주연대 대표도 "현행 공매도 제도는 개인에게 불리하며 이렇게 불공정한 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다"라고 밝혔다.


공매도 옹호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병연 건국대 교수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소수 있으나 금융선진국에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공매도 제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며 "공매도 제도를 없애면 금융 후진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연 교수는 또 "무차입 공매도 금지, 직전 체결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공매도 호가 제출 제한,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 등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매도 규제를 운영 중"이라며 "공매도 거래 비중도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2016년 기준 코스피 6.4%, 코스닥 1.7%로 일본거래소 39.4%,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42.4%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자본시장업계도 공매도 제도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도 공매도 제도 도입 초기에 하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분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정착이 됐다"며 "증시의 거품을 줄이고, 변동성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공매도 제도는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공매도 비중이 해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만큼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또한 공매도는 주식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헤지(위험분산) 개념이지 수익 차원에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황 대표는 "공매도 투자기법은 수익률은 제한되지만 손실은 무한대로 확대되는 구조라 무분별하게 이뤄지기 힘들다"며 "또한 국내 증시에서 이뤄지는 공매도는 기관들이 주로 매매하는 종목, 즉 재무구조가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인 만큼 투기 여지가 제한적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현행 공매도 제도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책에 대해 양측은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연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계기로 내놓은 공매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금융을 통해 차입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와 수량을 확대하고, 대차서비스 참여 증권사의 수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라며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차입 공매도 문호를 확대한다고 한들 얼마나 이 서비스를 사용할지 현실적으로 의문이다"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교수는 또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주식잔고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실시간 주식잔고·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상 거래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공매도는 사후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꼬집었다.


엄준호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 상무도 "공매도 거래의 실시간 파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매도 규제 위반 시 사후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효율적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한 형사 처분을 강화하기보다 돈을 벌려고 온 투자자들인 만큼 과태료 액수를 더 높이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병연 교수도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횟수나 정도에 따라 자율규제 혹은 공적 규제 차원에서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운용자산의 규모, 수탁액의 규모, 거래실적 등 시장거래 참여율의 정도에 따라 일별, 주별, 월별 차입공매도의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영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매도 제도개선 TF 자문위원은 "공매도 호가 규제(업틱룰)의 예외 조항 8가지가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빙자한 예외 조항을 폐지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장영열 위원은 또 "실제 공매도를 누가 하는지 파악하고, 현행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공매도 제재 위반 시의 제재 수위를 영업취소, 영업정지 수준까지 강화해야 공매도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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