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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과세 첫걸음?…국세청,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착수

현 국세청 시스템, 암호화폐 과세 어려워
거래소 자료 받아 소득 실시간 관리 예정
홈택스 신고 간소화, 연 거래 현황 파악도
과세 유예론 나오지만…정부는 "예정대로"
민간 전문가 "'소득=세금' 원칙 지켜져야"

 

[파이낸셜데일리 이정수 기자]  국세청이 '가상 자산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거래소와 실시간 협업해 개인별 거래 자료를 파악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내년 시행되는 암호화폐 과세의 첫걸음인 셈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1일 소프트웨어(SW) 개발 중소기업 유플러스아이티와 가상 자산 관리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사업 기간은 계약 후 270일, 예산은 4억7536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이다. 추진 배경으로는 내년 1월1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상 자산 과세 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을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사고파는 암호화폐에서 생기는 연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는 세금이 매겨지지만, 현행 국세청 정보기술(IT) 시스템상 이를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암호화폐 거래 자료를 모니터링하고, 과세 대상자를 선정해 신고를 안내하는 기능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고액 체납자 등 2416명으로부터 암호화폐 366억원어치(현금 징수·채권 확보 포함)를 징수했지만, 이는 해당 체납자가 거래소로부터 받을 매매 대금의 반환 청구권(채권)을 압류·추심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세청이 새로 만들 가상 자산 관리 시스템에는 암호화폐 거래 소득 과세 대상자 현황과 그 신고 사항 집계 등 통계 자료 생성 기능이 담긴다. 거래소로부터 대용량의 분기·연도별 암호화폐 거래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산 매체 수신 기능도 마찬가지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수정·기한 후 신고, 경정 청구가 가능하도록 구현한다.

즉 거래소로부터 받는 자료를 전산으로 관리하고, 검증·분석해 세원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암호화폐 양도소득세 납부가 처음인 만큼 납세자의 암호화폐 양도소득세 신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홈택스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간 암호화폐 거래 자료 현황도 볼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가 어느 계층인지, 얼마나 투자하는지 분석한 뒤 과세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과세 체계 마련이 아직 미흡하다는 발언이지만,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투자에 열중인 2030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암호화폐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술품을 거래해서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면서 "가상 자산을 거래하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는 조세 형평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는 "국세청이 만드는 가상 자산 관리 시스템은 암호화폐 과세를 위한 필수 사항"이라면서 "현행 과세 체계에 미비점이 있다면 암호화폐 과세를 유예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룰 이유가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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