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이정수 기자]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수술과 같은 의료 분야 교육에 도입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던 해외 의료진은 물론 실습이 중요한 의대생들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환자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비대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3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29일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ASCVTS)의 29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ATEP)’은 확장현실(XR)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제 6차 아웃리치 프로그램(ATEP 6th Outreach Program)’을 진행했다. 이번 아웃리치 프로그램에는 아시아 각국 흉부외과 의료진 200여 명이 참석해 교육을 받았다.
ATEP는 지난 2012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태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 전역에 흉강경 수술 기법을 전파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연구실에서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거나 노트북을 이용해 가상의 환경에서 수술실을 체험했다. 최근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통해 HMD 뿐만 아니라 노트북으로도 360도 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참석자들은 마치 게임처럼 본인의 아바타를 설정한 뒤 가상의 강의실에 입장했다. 이들은 폐암 수술 기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가상 환경 속에서 수술 과정을 참관하는가 하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에서 중계됐다. 참석자들은 360도-8K-3D카메라를 통해 집도의와 수술 간호사의 모습, 수술실 내 환경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어 실제 수술실 안에서 참관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플랫폼은 가상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3D XR 이머시브 사운드 기술을 통해 현장감 있게 실시간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는게 특징이다.
ATEP는 향후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연합체를 구성해 교육뿐만 아니라 진료 및 건강관리, 디지털 치료제의 검증 등을 실현할 수 있는 가상의 종합병원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ASCVTS 회장·ATEP 설립자)는 "의료분야에서는 감염 우려 탓에 당장 대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실습이 중요한 의학교육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VR 콘텐츠 몇 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빅데이터·인공지능·5G 등 첨단 기술을 확장현실 기술과 융합한 가상의 종합병원을 구축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통해 헬스케어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