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대통령 "복합위기…경제체질을 민간·시장 주도로 확 바꿔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회의…"관행적 그림자 규제 모조리 걷어낼 것"
노동·교육·연금 구조개혁 강조…"두팔 걷고 나서야,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

 

[파이낸셜데일리 박목식 기자] "어려울수록,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힌 뒤 "그렇지 않으면 복합의 위기를 극복해나가기 어렵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국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하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복합의 위기에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각오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당면한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켜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민간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민간의 혁신과 신산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그림자 규제는 모조리 걷어낼 것"이라며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는 발붙일 수 없게끔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법과 원칙에 따라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회 구조적 문제도 외면하지 않겠다면서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밀고 나가겠다.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막는 노동시장,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낙후된 교육제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계속 가중하는 연금제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두 팔 걷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마땅히 가야 할 길"이라며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동참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주거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민간의 생산비용 부담을 덜어 생활물가를 최대한 안정시키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더욱 두텁게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관계 부처 장·차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이채린 클라썸 대표, 김지원 레드윗 대표, 정지은 코딧 대표, 김성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 21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이전 정부에서 경제 관계 장관과 경제단체장 위주로 참석 대상을 한정했던 것과 달리 벤처기업, 학계, 민간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21명 전문가가 모였다"며 민간·시장의 관점에서 당면 현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추경호 부총리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보고했고, 이후 참석자들이 ▲ 민간중심 경제 활력 제고 및 성장·복지의 선순환 방안 ▲ 경제체질 개선과 미래 대비·민생 안정 등 2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90분간 비공개로 이뤄진 토론에서 최태원 회장은 "기업들도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바이오든 반도체든, 배터리든 데이터가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이 미래 사업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공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요즘 데이터는 금값보다 비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데이터 개방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탑 수준"이라며 "민간과 공공이 교류하면서 좀 더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더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복합 위기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추구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관건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용이 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실업과 물가 상승 압력을 동시에 완화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재 소장은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세계 1위다. 그 이야기는 반도체 분야의 인력은 우리가 직접 교육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장비 하나 사는데 2천억원이 든다. 대학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육을 더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비가 있어야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는 기업이다. 정부와 기업은 하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민간주도·기업주도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항공모함을 사례로 들며 "미국 항공모함이 태평양을 간다고 할 때 미국 국방부의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수천 수만 개 전 세계 기업들이 같이 바다 위를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라는 것도 기업 하나하나의 노력이 다 담겨있는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거나 일을 해나가려면 엄청나게 많은 기업들과의 협업 내지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인들 연락을 많이 달라"며 "요즘 저녁 시간에 도시락 먹으면서 각계 전문가들 말씀을 많이 듣고 있다. 정책 다루는 의원들, 내각에 계시는 분들, 민간에서 열심히 사업하는 분들, 학계에 계시는 분들과 얘기하고 싶다. 얘기 나누고 싶은 분들 계시면 언제든 용산에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