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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방황하는 칼날’은 “정직한 영화”

탤런트 이성민(46)은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을 “정직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극적인 장치로 어설픈 장난을 치지 않았다. 설정으로 포장하지 않은 실제로 있음 직한 영화”라 끌렸다.

영화는 청소년범죄를 소재로 했다. 아내를 잃고 딸과 함께 살아가던 상현(정재영)은 열여덟 살 고등학생 남학생들에게 딸을 잃었다. 입에 약을 물고 강간을 당하며 고통에 울부짖다가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본 상현은 피의자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간다. 이성민은 한순간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된 상현을 쫓는 형사 ‘억관’이다. 상현에 대한 연민과 직업정신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다.

이성민은 “영화를 찍을 때 내 딸이 초등학생이었다. 감정을 깊이 끌어들일 수 없었다”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정재영이 연기한 상현과도 거리를 뒀다. “배우의 정서와 감정은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 상현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 너무 힘들었다.”

상현이 딸의 시신을 확인할 때는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모든 스태프와 함께 정재영 선수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지켜봤다. 주저앉거나 오열할 줄 알았는데 가만히 서 있었다. 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던 거다. 그때 잠시 딸을 잃은 아버지 상현으로 감정을 이동했다. 하지만 더는 생각을 이어갈 수…”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라면 얼굴도 모르는 범인을 찾아서 눈밭을 헤맬 수 있을까? 비극의 아버지지만 정말 멋진 아버지다.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억관에 이입하다가 감정이 격해진 적도 있었다. “피의자 중 한 명을 조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학생에게만 따로 다이렉션을 주셨다. ‘삐딱하게 연기하라’는 내용이었나 보다. 아이를 심문하다가 화가 나서 따귀를 때리고 멱살을 잡은 적이 있었다. 억관이 객관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여서 편집됐다”고 아쉬워했다.

“상현을 보면서 나도 딸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노력하고 있는데 딸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와 아내가 경상도 태생이고 딸도 그 피를 이어받아 애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잔잔하게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고 고마워했다.

이성민은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이 피해자 가족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피의자 가족을 죽이고 응징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을 한 번 더 헤아렸으면 한다. 영화에서 게임기 때문에 친구를 죽인 학생이 ‘저 죗값 다 치렀잖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죗값을 치른 사람이 더 뻔뻔하게 사는 것 같다. 피해자들은 무기징역을 사고 있는 거다. 상현도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아쉽기도 하다. “선생님이 학생들과 같이 보고 토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함께 보고 나와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는 마음이다. “어른들이라도 와서 봤으면 좋겠다. 내 아내도 거칠게 말하는 스타일인데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더라. 조그마한 변화라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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