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한국은행이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무역 충돌에 따른 국내 수출 타격과 정국 불안이 야기한 내수 부진 우려에 금리 인하 필요성은 커졌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아껴둬야 할 때라는 점에 무게가 실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75%로 동결했다.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후 올해 1월 한 템포 쉬고 2월에 다시 금리를 낮춘 바 있다.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 정국 불안정에 따른 리더쉽 부재로 내수가 부진한데 다 글로벌 무역 위축 우려에 성장 침체도 우려된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따른 수출 타격에 더해 주요 교역국인 미·중의 갈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크게 악화된 상황으로 올해 0%대 성장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리를 낮추지 못한 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예상보다 강한 관세 조치로 경기 하강 리스크가 높아졌지만, 90일 유예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금리 인하 여력을 남겨놓고 일단 관망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란 시각이다.
특히 기준금리가 2.55%로 알려진 중립금리에 가까워지면서 통화정책 여력도 크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2.75%인 기준금리에 대해 중립금리 상단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연내 1~2번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리 인하 카드가 점점 줄고 있다는 해석이다.
혼란스러운 외환시장 역시 동결의 주요 근거로 꼽힌다. 환율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당시 금융위기 수준인 1487.3원까지 치솟았다가 열흘 만에 다시 1420원대로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한마디에 30원이 넘게 출렁이는 등 급변동하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 인하를 트리거로 다시 급변동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한은의 신중론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관세에 따른 미국의 저성장과 고물가 우려가 교차하며 미국의 금리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반면 파월 의장은 물가 경계를 이유로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여전히 안갯 속이다.
토지거래허가 해제와 재지정에 따른 집값과 가계부채 추이를 봐야 한다는 점도 있다. 지난달 서울 집값은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한은은 토허제 해제 영향이 2분기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본다. 고환율에 산불, 이상기후까지 겹치며 물가도 안심하기 이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계속 2%대를 웃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에도 한은이 5월쯤 다시 인하 사이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환율 불확실성이 일부 걷힌다는 점에서 더 이상 추가 금리 인하를 미루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관건은 5월 회의가 6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 열린다는 부담감과 추경 규모 확정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지만 환율 수준이 높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리를 낮추기에는 대외 부담이 크다"면서 "환율 때문이라도 일단 관망한 후 5월에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