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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복귀 7년차, 마침내 웃은 문성민

4세트 24-20에서 신영석이 10년 만의 정상 등극을 알리는 마지막 득점을 올리자 문성민은 잽싸게 최태웅 감독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4-26 27-25 25-22 25-20)로 제압,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정상 등극을 확정했다.

여오현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문성민 또한 처음하는 경험이었다.

경기대 시절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꼽히던 문성민은 졸업을 앞둔 2008년 V-리그가 아닌 독일 진출을 택했다. 유럽에서 선진 배구를 익힌 그는 2010~2011시즌 트레이드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문성민과 우승후보 현대캐피탈의 만남은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현대캐피탈은 매번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화재가 떨어진 지난 시즌에는 OK저축은행이라는 신흥 강호를 만나 무너졌다.

문성민은 "감독님께서 선수 때부터 나에게 말씀해 주신 것이 있다. '멤버가 좋고 네가 한국에 왔다고 당연히 우승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부담을 조금씩 떨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마침내 챔프전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룬 그는 "선수들이 시즌 준비하면서 많이 희생했다. 서로 배려를 해줬기에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이 됐다"면서 "대니도 오늘 부상을 당했는데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강한 승부욕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들이 자극이 돼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평소 눈물이 많지 않은 문성민이었지만 우승 순간에서는 참기 어려웠다. 그는 "(내가 못했던) 1차전 생각도 들었고,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줘 감독님께 죄송했다. 선수들에게도 미안해서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문성민은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트로피의 향방이 결정된 5차전에서도 23점을 몰아냈다.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문성민은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하다. 선수들이 있었기에 내가 있다. 내가 받았지만 팀이 받은 것"이라며 상금 500만원을 동료들을 위해 모두 쓰겠다고 공언했다.

문성민이 생각하는 MVP는 세터 노재욱이었다. 문성민은 "팀을 이끌어 나가는 친구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면서 "허리가 많이 안 좋았는데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이번 시즌을 통해 많이 성숙해 진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태웅 감독과의 '브로맨스'는 이번 챔프전의 또 다른 키워드였다. 그는 최 감독이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라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롤모델이자 내가 안 될 때 잡아줄 수 있는 형같은 존재다. 무서운 형"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챔프전 우승으로 경력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배구는 스피드 배구이자 토털 배구라고 생각한다. 현대캐피탈 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좋은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싶다"며 더 나은 내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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