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병대, 사법농단 피의자 출석…"사심 없이 일했는데"

'사법농단 수사' 전 대법관 첫 공개소환
日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한 혐의
박병대 "행정처장 근무하며 사심 없어"
"법관 평생 봉직하는 동안 최선 다했다"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한 첫 공개 소환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9일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출석 전 취재진에게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경위를 막론하고,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 된 데 대해서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튼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법관은 '당시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을 위한 곳이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것은 조사 과정에서 해야 될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양해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재판 거래 등이 사법행정에 포함됐는가', '사법농단 지시는 본인 판단에 따른 것인가'라는 이어진 질문에 대해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답한 뒤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밖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상고법원 등 당시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과 변호사단체 등에 대한 부당 사찰,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및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함과 동시에 박 전 대법관을 오는 19일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지난 7일 차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하고, 지난 9일에는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조사 범위와 분량이 방대한 만큼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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