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제주에서 헤어진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뻔뻔한 진술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고 신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목 부위를 압박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 달리 곳곳에서 드러난 치밀한 계획범죄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 중학생 살해 주범인 A(48)씨는 검거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살인에 대한 고의성은 부인하고 있다.
애초 죽일 마음은 없었지만,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지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고의성' 여부에 따라 처벌 수준이 크게 갈리는 살인죄에서 중형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경찰은 A씨의 '계획 살인 범행'을 입증할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전 도구를 준비하고, 현장을 사전 답사하는 정황도 있는 등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사건 현장에 함께 간 공범 B(46)씨에게 "혼자 (피해자를)제압하기는 힘드니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요청에 B씨는 '큰 사단이 나겠구나' 생각했지만, A씨를 따라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주마"라고 협박하는 등 이번 사건을 암시하는 발언도 수차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 현장 침입 등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살인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선 입장을 바꾸며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를 명확히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공범 B씨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A씨와 함께 현장에 갔을 뿐 살해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동행하고, A씨의 행위를 제지하지 않는 등 경찰은 B씨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통 방조범의 경우 주범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는다. A씨의 공동정범이 될 경우 무거운 형을 피할 수 없는 B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이유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현장에 3시간 가량 머물렀다는 사실을 토대로 피해자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도 범행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는지 여부도 들여다 보고 있다.
A씨 등 2명은 지난 18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조천읍 소재 한 주택 2층 다락방에서 혼자 집을 지키던 옛 동거녀의 아들 C(16)군을 끈 종류로 결박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귀가 후 B군이 숨진 채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 어머니는 같은 날 오후 10시51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택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A씨 등 2명으로 특정, 신고 3시간 만인 다음날 자정께 공범 B씨를 제주 시내 모 처에서 신속히 긴급체포했다.
A씨도 도주해 제주 시내 한 숙박업소에 숨어들었지만, 추적에 나선 경찰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직접적인 살해에 쓰인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 2명은 현장에 있던 도구를 이용해 B군을 살해했다.
경찰은 몇 개월 전 피해자의 어머니와 헤어진 A씨가 이에 대한 앙갚음 목적으로 C군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협박과 폭행에 시달리던 C군 가족은 이달 초부터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