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5일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권에 도전하는 최초의 검찰총장이다. 검사 시절 쌓아올린 '법치의 상징'이라는 기대감에 대권에 도전했다. 대권 도전 과정에서 거듭된 실언으로 생겨난 '정치 초년병'으로서 혹독한 신고식도 치렀다.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취임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3월 임기를 142일 남기고 사퇴했다. 검찰에서 26년 일했다.
이후 118일간 잠행하다가 지난 6월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7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 대선 대통령후보(당시 자유한국당)였던 홍준표 의원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5일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검사 시절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주요 지검의 특수부를 거친 대표적 '강골 검사'였다. BBK 특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등에 참여했다.
지난 6월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뒤 한 달여간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는 듯하다가 7월30일 전격 입당해 경선에 초반부터 참가했다. 당 지도부와의 갈등, 홍준표 의원의 급부상, 연이은 실언으로 수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무너지지 않으면서 '대세론'을 무사히 지켜냈다.
◆충청권 집안·서울 토박이…9수끝 합격한 스타검사
윤 전 총장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논산 출신인 탓에 충청권 주자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외가는 강원 강릉시다.
서울 충암고를 졸업하고 1979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1980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를 피고인으로 하는 교내 모의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아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한다.
'9수' 끝에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연수원 동기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박희원, 노무현 정부에서 안희정·강금원과 정몽구 등 정·재계 실세 인물들을 수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수1과장을 거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던 2012년 3월, 52세 나이에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상부의 반대에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항명 파동'으로 그해 11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이어 2016년 1월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나가라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이 됐다. 박영수 당시 특검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뇌물 의혹을 담당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했다.
◆서초동서 '적폐수사' 총지휘…조국·울산 수사로 정권과 대립각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전임 이영렬 지검장(사법연수원 18기)에서 다섯 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로 평가받는다.
2018년 3월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윤석열 당시 지검장은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직접 지휘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건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3월22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듬해인 2019년 2월에는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관 14명을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17일 윤석열 검사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7월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적폐수사'와 가족 관련 의혹 등을 두고 야당의 성토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7월16일 임명안을 재가했다.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윤 전 총장은 "형사 법집행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19년 8월9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검찰은 8월27일 조 후보자의 입시비리 의혹, 사모펀드 논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9월6일 정경심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2019년 11월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청와대에 직접 관련된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정부여당과 윤 전 총장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강력한 검찰 인사와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권 행사 등으로 윤 전 총장을 견제했다. 이에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메시지를 낸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결국 사퇴했다.
◆'대세론' 입증한 매머드급 캠프…'전두환 잘했다' 등 실언 논란도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퇴 이후 118일간 잠행 끝에 지난 6월29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대권 도전을 공언하기까지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과 접촉하는 '스터디 행보'를 보였다.
6월 가족 비위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X파일' 의혹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또 무소속이었던 홍준표 의원이 복당하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격 입당하는 등 당내 경쟁자들이 생기자 윤 전 총장은 7월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입당 이후 5선 정진석 국회부의장, 4선 권성동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당내 지지그룹이 '매머드급'으로 짜였다. 경선 초반 국면에서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와 윤 전 총장 측이 수차례 갈등을 노정하며 당내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인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입당 초반 안정적 '대세론'을 구가하던 윤 전 총장은 수차례 이어진 설화로 스스로 지지율 위기를 불러왔다. 그는 지난 7월1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노동관 문제에 질타를 받았다.
지난 9월13일 경북 안동대를 찾아서는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해서 물의를 빚었고, 지난달 19일에는 부산을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을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호남은 물론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선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윤 전 총장은 대세론에 힘입어 경선 과정에서 16차례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선방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노련한 정치인들에 맞서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냈다 평가다. 윤 전 총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비하면 기대 수준보다 나은 역량을 보였고, 경쟁 주자 홍 의원이 끝내 '뒤집기 한판'에 실패하면서 윤 전 총장은 결국 '대세론'을 지켜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4개월간의 대결에 돌입한다. 이 후보에 비해 토론 능력과 행정 경험의 열세가 주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중대한 이슈로 떠오른 선거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특수통 검사' 경력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충암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33회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