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최근 환율 급등에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민생 경제 어려움으로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다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은 1분기(2.1%)대비 최대 0.24%p 상승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김준형 연구위원과 마창석 연구위원이 펴낸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강(强)달러 요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지만, 지속성과 파급력은 국내 요인에 비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율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물가 압력 우려가 제기됐다.
KDI는 환율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 달러화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은 수입품 가격을 일시적으로 높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향이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요인에 의한 환율 상승은 수입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파급되며 물가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환율이 달러화 요인으로 1%p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같은 분기에 0.04%p 오르지만, 1년 누적으로는 0.07%p 상승에 그쳤다. 국내 요인에 따른 환율 상승은 동 분기에 0.04%p, 1년 누적으로는 0.13%p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KDI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1439.00원)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 환율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은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하는 경우에도 물가상승률은 1분기 대비 최대 0.24%p 추가 상승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반대로 환율이 1400원으로 하락하면 물가상승률은 최대 0.44%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물가안정목표(2%)를 소폭 상회했지만, 수요 압력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환율이 추가 상승하더라도 물가가 목표를 크게 초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환율 변동의 원인에 따라 정책 대응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기 강달러로 인한 환율 상승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성급한 통화정책 변경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요인으로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과 마 연구위원은 "환율 변화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그 원인에 따른 물가상승률 변동폭과 지속성을 감안해 거시경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